목적지를 먼저 설악산으로 잡았다. 원래 산을 좋아해 시원한 산을 택한 것이다. 거기다가 설악산 근처엔 바다가 있어 해수욕도 할 수 있어서 금상첨화였다.
첫날은 등산으로 몸을 가볍게 풀었다. ‘한국 최고의 명산’ 설악산을 갔더니 코스가 세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비룡폭포와 흔들바위, 케이블카 방향이었다.
먼저 흔들바위 코스를 선택했다. 이름이 너무 재미있어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이다. 이름 그대로 바위가 흔들의자처럼 덜렁덜렁거리는지. 그런데 정말 흔들바위는 사람이 조금만 밀면 굴러떨어질 것처럼 흔들거렸다. 나도 흔들바위를 흔들어 보았는데 정말 신기하게 기우뚱거렸다. 바위 근처엔 동굴과 절도 있었다. 볼거리가 참 많았다. 돌 위에 또 돌이 얹혀 있고, 아래에 깔린 돌 표면엔 누가 새겼는지 모르는 한자로 된 문장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흔들바위에서 더 올라가다 보니 울산바위가 나왔다. 거의 90도 경사의 계단을 오르는데 안개가 가득해 위도 잘 안 보이고, 아래를 보니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무섭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포기하고 돌아갈 수도 없지 않은가. 그냥 참고 올라가 보니 정말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살짝 보이는 산봉우리와 전경, 그리고 깨끗하고 탁 트인 하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제 내려갈 차례, 올라올 때보다 더 심장이 뛰었다. 올라갈 때는 위만 보면 되지만 내려갈 땐 아래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옆을 보니 마침 한 초등학생이 무서워 못 내려가기에 함께 내려갔다. 그와 공포에 떨면서 발길을 옮겼지만 왜 울산바위를 오르는지 알 수 있었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음날은 바다로 향했다. 멋진 일출도 보고 바다에서 신나게 놀았다. 속초의 한 바닷가엔 부드러운 모래가 없어 모래성은 쌓을 수 없었다. 하지만 파란 파도를 즐길 수 있었다.
이후 아바이마을로 향했다. 아바이마을은 6·25전쟁 때 북한 사람들이 와 지내다가 결국은 정착하게 된 마을이라고 한다. 현재 3대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마을로 구수한 느낌과 고향의 향수 같은 오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거기서 나는 갯배라는 걸 처음 타봤다. 갯배는 양쪽의 줄을 당기면서 바다를 건너는 것으로 참 신선했다. 등대도 갔는데 속초의 멋진 바다풍경과 갯벌, 산, 한폭의 수채화 같은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바다에서 먹는 별미는 여행의 멋을 한층 즐겁게 했다. 황태와 산오징어를 먹는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설악산에서는 산채비빔밥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은 바가지요금이 아닌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한국의 여러 곳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참으로 신기하고 재밌는 일들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
포프 제니 루마니아인·학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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