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살아 움직이는 듯 스크린을 누비는 이무기와 각종 괴수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CG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다는 평가다. 순도 100%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특수효과란 사실이 실로 자랑스러울 만큼 볼거리들이 화려하다.
‘A급 CG와 Z급 시나리오’란 별칭이 붙듯, ‘디 워’에서 볼 것이라곤 빼어난 CG뿐이다. 다행히 놀라운 비주얼과 특수효과가 빈약한 스토리의 불만을 적절히 달래준다. 사실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영화의 주인공은 남녀 배우가 아니라 이무기와 용, 각종 괴수들이기 때문이다.
괴수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괴수들의 몸놀림이다. 괴수들의 움직임에 부자연스러움이 없다는 것, 이것이 ‘디 워’의 절대강점이다. ‘용가리’보다 조금 나은 수준 정도를 예상한 관객이라면 입이 떡 벌어질 만하다. LA 도심을 지그재그 휩쓸고 다니며 건물을 부수고 자동차를 날려버리는 이무기의 움직임이 실사화면에 제대로 녹아들어 액션의 박진감을 배가시킨다.
아파치 헬기와 날아다니는 괴수들의 속도감 넘치는 공중전도 볼거리다. 헬기의 자유로운 활강 모션을 표현하기 위해 고공에 설치한 카메라를 낙하·부상시키는 방법으로 촬영했다. 시사를 마친 이들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간 대다수 SF영화들이 CG의 취약한 부분을 감추기 위해 주로 어두운 밤이나 늪지대, 깊은 산골 등 빛을 피하는 배경을 써 온 데 반해 ‘디 워’의 이무기와 괴수들은 백주에 LA를 아비규환으로 만든다. CG의 디테일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얘기다. 특히 이무기가 LA의 상징 건물인 US뱅크빌딩을 감고 올라가는 대목은 압권이다.
볼거리뿐 아니라 음악과 음향 또한 화면으로의 몰입을 돕는다. ‘트랜스포머’ ‘아일랜드’ ‘아마겟돈’ ‘진주만’의 음악감독 스티븐 자브론스키와 ‘제5원소’ ‘다이하드’ ‘러셀웨폰 4’ 등의 음향효과를 담당한 마크 맨지니 등 할리우드 정상급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음향시설을 제대로 갖춘 극장은 포탄에 일격을 당한 괴수가 바닥에 쓰러지면 그 중량감이 객석에 그대로 전해진다.
심형래 감독은 철저히 한 마리 토끼만을 쫓는다. ‘재미’다. ‘디 워’는 그냥 보는 영화다. 생각하며 보는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보다 문맹이 많아 자막 읽기를 귀찮아하는 미국 관객들에게 먹힐 법하다. 심 감독은 기획단계부터 “철저히 미국의 10∼20대 관객을 겨냥해서 만들었다”고 밝혀 왔다.
비주얼에 비해 단선적이고 어딘가 잘린 듯한 스토리가 두고두고 아쉽다. 세라와 이든의 러브라인 형성 과정도 엉성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차라리 이들의 사랑보다는 액션 장면에 보다 충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여주인공 세라 역을 맡은 신예 아만다 브룩스의 연기는 세상의 평화를 짊어진 막중한 인물을 표현해 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다.
‘디 워’는 영화 외적인 관심도 끈다. 9월 14일 미국 전역 1500여개 스크린에 내걸리기 때문이다. ‘괴물’이 1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데 비하면 그 규모는 할리우드 A급 영화와 맞먹는다. ‘디워’가 과연 어느 정도의 흥행을 거둘 수 있을까. 할리우드 정상급 기술진들도 CG에 대해선 ‘원더풀’을 외쳐댔지만 빈약한 스토리가 여전히 미지수다. 국내 개봉 8월 1일.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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