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이 고아와 난민을 대상으로 에이즈 약물 시험을 했다는 사실이나, 세계 거대 제약회사들이 재해지역에 유통기한이 지난 쓰레기 약품을 덤핑하고 있다는 사실, BBC나 CNN 등 주요 언론사에서 CIA요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들이 많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안소연 옮김/이마고/1만8000원 |
바티칸 은행은 마피아를 도와 상당량의 돈세탁을 했다. 수십 년 전 뉴스에 자주 등장하던 옛 소련의 수많은 우주비행사들은 어디로 갔을까. 모두 사망했거나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월트디즈니는 FBI를 위해 일했다. 미국 정부는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들에게 단체로 불임시술을 했다. 마하트마 간디는 정기적으로 어린 처녀들과 벌거벗고 잤다. 마틴 루터 킹은 여성 편력이 화려했으며 남의 글을 표절했다. 영국에서는 핵무기 관련 사고가 20건 이상 발생했다. 유엔은 르완다 대량학살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외면했다….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에는 이 같은 세계적인 ‘비밀과 거짓말’이 200건이나 수록돼 있다.
3년 전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에서 케네디 암살사건 등 각종 사건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해 화제를 모았던 신문기자·홍보전문가 경력의 지은이는 이번 책에서 더욱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을 풀어낸다. 지은이 나름대로 근거를 대지만, 검증이 안 됐으니 다 믿지는 말자. 다만, 자신도 모르게 세뇌된 의식을 일깨워 진실을 규명하려는 자세를 배우면 된다.
◇마하트마 간디는 자신이 정기적으로 여러 소녀들과 잔 것은 영적인 수행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
스파이·과학·전쟁·대기업·정치·대중매체·범죄·공식발표·사라진 증거·발표금지·스타·비밀장소·마약과 의학·기술·사이비종교와 비밀결사·영웅·통계·여론진정용 보고·사고·공공기관 등 20개 항목에서 각 10가지씩의 비밀을 밝혀낸 이 책에서는 유명한 역사·정치적 사건들 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업과 인물들의 비밀도 하나하나 밝혀진다.
IBM은 나치에 유대인 관리 기술을 제공했고, 소니는 초능력을 연구하는 심령 부서를 두었고, 담배회사들은 중독성을 높이려고 유전자변형 담배를 개발했다. 재즈 스타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는 사탄주의자였고, 데이비드 보위는 나치에 열광했으며, 헨리 포드는 히틀러를 찬양했다.
부시 미 대통령 일가가 이란과 거래했다거나,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짜 그림과 유물이 전시돼 있다는 비밀은 아직 진위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밖에도 외계인이나 전쟁, 인류 멸망에 대한 우리가 모르는 놀라운 비밀들이 너무나 많다. 지은이는 언론과 정치인, 국가들이 이를 감추려고 많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TV쇼 ‘프리즈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파이들의 기이한 실제 체험을 그대로 재현했다. |
뿐만 아니다. 호주의 노벨상 수상자인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은 폭증하는 동남아시아의 인구를 줄이려고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뇌에 극초단파를 전달해 의식과 행동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무기나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폭동을 진압하는 무기, 적국에 가뭄이나 홍수를 일으키는 무기 등이 이미 개발돼 있다.
인공위성으로 인해 인체에 치명적인 플루토늄이 대기에 방출됐으며, 영국 템스강 바닥에는 2차대전 당시의 폭탄들이 아직 유효한 채 묻혀 있다. 프랑스가 무루로아 지역에 만든 핵실험장 인근의 환초가 붕괴하면 엄청난 방사능물질이 태평양에 방출될 것이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섬뜩함과 충격을 넘어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될 정도다.
따라서 모두 정말일까 의심도 가고, 믿기지 않는 사실도 적지 않다. 각 이야기가 1∼2쪽의 분량으로 짧게 설명돼 정확한 출처나 근거가 나타나지 않는 만큼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수많은 거짓말로 이미지를 쌓아올렸다’거나 ‘찰리 채플린이 10대 소녀들을 유혹했다’는 등 웬만큼 알려진 비밀 또는 거짓말도 꽤 섞여 있어 다른 내용들도 자연스럽게 믿게 된다.
읽는 중간에도 놀랍지만, 다 읽고 나면 ‘과연 이것뿐일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은이가 계속해서 음모론이나 숨겨진 비밀 등에 대한 책을 펴낼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로버트 화이트 박사는 이미 1970년에 원숭이 머리를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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