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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영칼럼]一年之策으로 교육 흔들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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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7-06 16:10:00 수정 : 2007-07-06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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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대학 간의 갈등이 간신히 봉합되었다. 교육부가 ‘내신 실질반영률 50%’ 요구를 일단 접고, 대학이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할 수 있도록 양해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해소됐다기보다는 일시 잠복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자율성이나 책무와 같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놓고 양자 간 인식의 골이 깊어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전국의 대학총장들 앞에서 대학의 수장들을 ‘완장 찬 사람’이니 ‘사회적 강자’니 하면서 강조했듯이 교육부의 내신 상향 요구는 대통령의 이념 노선을 착실히 따르려는 정책이다. 대통령이 공사석에서 강조해온 ‘분배정책’을 교육 분야에서도 구현하겠다는 집념의 표현인 것이다.

내신 실질반영률을 높이라는 것은 대학이 특목고나 외국어고, 비평준화지역 고교의 우수학생을 뽑겠다고 안달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학교 간의 학력차, 개개인의 학력 격차를 크게 따지지 말고 그냥 골고루 뽑으라는 것이다. 고교의 평준화 논리를 대학에까지 확대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소외계층 자녀의 대학 문호를 넓히는 기회균등할당제 도입도 강조했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를 확실하게 복원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 일견 공감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인식은 현실과 괴리돼 있고 접근 방법은 경직돼 있다. 목표와 의욕을 앞세운 나머지 대학이 문제를 제기하자 ‘따르지 않으면 제재하겠다’며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대학사회의 거센 반발을 자초했다. 

내신 문제는 그리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우수학생을 뽑고 싶은 대학들로서는, 학교 간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내신보다는 수능이나 논술 등 보다 객관화된 평가를 바탕으로 전형하겠다는 거다. 정부는 대학의 이런 행태가 입시위주 교육과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학교교육을 왜곡시킨다고 말한다. 이게 맞는 말일까. 내신 반영률을 높이면 학교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신을 잘 받으려고 학교는 더욱 치열한 경쟁의 마당이 되고, 사교육은 극성을 부릴 수밖에 없다는 게 학계와 교육 현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은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의 확장형이라 할 만하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평준화는 교육철학의 빈곤을 보여준 졸작이었다. 생각해 보라.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과 밑바닥인 학생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가르치는 게 정상적인가.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못하는 사람은 보다 잘할 수 있게 적절한 길잡이가 돼주는 게 교육의 본령이 아닌가.

평등의 이념을 획일주의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가진 자와 소외계층을 대립적 이해관계로 나누어 평등을 강조하는 것도 과잉이다. ‘수준별 교육’을 ‘우열반 운영’과 동일시하거나 매도해서는 안 된다. 학교 간 학력 격차를 무시한 채 학생을 뽑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대학이나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마다 건학이념이 다르고 국가와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이 다르다. 어떤 인재를 뽑고 어떻게 기를 것인가는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다. 세상에 어느 나라 정부가 행정·재정적 지원 문제를 들먹이며 대학 입시 전형방법까지 일일이 간섭하는가.

나무를 잘 심고 가꾸기로 유명했다는 곽탁타(고문진보, 種樹郭 駝傳)는 “나무의 천성에 따라 그 본성이 잘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나무 키우는 비결이라 했다. 심기는 자식처럼 하고 두기는 버린 듯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심이 지나쳐 아침저녁으로 와서 만지고 껍질을 찍어보고 뿌리를 흔들다 보면 나무는 차츰 본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진정 미래의 인재를 잘 키우려면 대학을 자꾸 간섭해선 안 된다. 애정을 갖고 지원하되 먼발치에서 지켜보아야 한다. 대학은 지식사회의 선도자이지 젖먹이 어린애가 아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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