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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그린벨트 해제 신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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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6-28 16:19:00 수정 : 2007-06-28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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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국현 논설위원
앞으로 5년 후 서울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노무현 정권이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 건설을 강행하는 송파 일대의 상황을 그려보자. 개발이 유보돼 왔던 송파대로변 15만여평에 동남권유통단지가 들어서고 27만평 규모의 거여·마천뉴타운이 아파트숲으로 변하며, 문정동 3만여평엔 법조타운이 조성된다. 게다가 거여동 특전사 이전부지, 남성대골프장, 육군종합학교 부지 등 205만평에 송파신도시가 들어서는 등 문자 그대로 송파구의 지도가 확 바뀌게 된다. 그뿐인가. 잠실 네거리엔 높이 555m의 112층 제2롯데월드가 들어선다.
인구와 교통량이 폭발적으로 늘다 보니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나 다름없게 된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송파대로 평균 통행속도는 현행 시속 19.4㎞에서 송파신도시 개발이 끝나면 9.7㎞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평균 시속 4∼5㎞에도 못 미치는 교통지옥으로 바뀐다. 송파신도시 인근에서 잠실네거리까지 나오는 데 1시간 또는 2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런 교통지옥이 송파대로만의 문제이겠는가.
잠실주공 1∼4단지(1만8000가구), 가락시영(8000가구), 잠실시영(7000가구), 거여·마천뉴타운(1만8500가구) 등 6만가구를 비롯, 장지택지개발지구와 마천·세곡1, 2 임대주택단지 등 공공개발 4만가구 등 송파신도시를 제외하고도 이 일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가 10만여가구에 이른다. 게다가 롯데쇼핑만으로도 포화상태인 잠실 네거리에 제2롯데월드까지 들어서게 되니 서울 남동쪽 중심축인 잠실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교통난이 심한 곳이 될지도 모른다. 그 여파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주차장으로 만들고 강남 일대와 도심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과연 이것이 노무현 정권이 진정 바라던 것인지 묻고 싶다. 극심한 교통난으로 출퇴근마저 어렵게 해 그곳에 사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왜 이런 상황을 조장하는가. “역사상 강남에서 이렇게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일이 없었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말처럼 2010년까지 송파·강남구에 공급될 주택 물량이 무려 10만가구나 돼 그것만으로도 공급이 넘칠 지경인데, 해당지역 지자체와 시민단체·지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백만평의 그린벨트를 파헤쳐 가며 신도시 건설을 강행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더욱 기막힌 것은 건교부와 토지공사의 태도다. 광역교통대책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분양가 상승이 염려돼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분양가를 낮춰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광역교통대책을 세운다면 사업비가 3조원 이상 늘어나기에 필요성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다’니 통탄스럽다.
정부는 걸핏하면 서울과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거론해 왔다. 과중한 세금으로 집값 상승을 잡으려다 여의치 않자 지난해부터는 대량으로 집을 짓겠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개발제한구역을 푸는 손쉬운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세곡동 그린벨트와 서울공항, 우면산 일대, 경기도 하남시, 청계산 주변(과천∼의왕지역) 등인데, 이곳마저 풀린다면 서울의 생활여건은 끔찍해질 것이다.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개발을 막고 미래개발 공간을 확보해 둔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1971년 전국 14개 도시권 주변에 설정됐던 그린벨트 가운데 이미 4분의 1가량(1420㎢)이 해제됐다. 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도시환경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마구잡이식 개발로 한번 망가진 도시환경은 50년, 아니 100년이 돼도 복원이 어렵다. 따라서 송파신도시 건설은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대규모 임대아파트 건설과 반값아파트 공약이 남발하는 걸 보면 걱정스럽다. 더 이상의 그린벨트가 파헤쳐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겠다.
임국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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