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세계 최초로 중국 난징사범대학에서 비서학 분야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 심재권(44·사진) 나사렛대 비서행정학과 교수의 ‘비서론’이다.
심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조선과 명청(明淸)의 공문 비교 연구’는 국왕의 비서가 작성한 공문서 등을 중심으로 연구해 작성했다. “논문은 조선과 중국 명청 시대에 궁궐에서 왕의 비서격인 승지가 어떻게 문서를 만들어 전달하고 보관했는지 등을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특히 조선 시대 중추원은 중국 송나라 때 추밀원을 모방해 만들었다는 사실도 확인했어요.”
충남 논산 출신인 그는 “비서학과는 한국, 중국,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대학에도 있지만 박사 과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2004년 난징사범대학교에 개설됐고, 이번에 첫 번째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서제도는 대다수 사람들이 동양보다 서양에서 먼저 생겨 발달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정반대”라며 “비서학의 학문적 정립과 발달을 위해 동양의 비서제도를 심층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왕의 일기인 ‘승정원일기’를 비서학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옛날에 왕을 모시는 비서는 학덕이 높았어요. 고려 말의 문신으로 ‘저생전(楮生傳)’을 지은 이첨(李詹)은 비서의 조건으로 민첩한 행동과 정확하고 분명한 언변, 뛰어난 기억력 등을 들었어요. 그만큼 비서는 예나 지금이나 종합적인 자질과 능력이 필요해요.”
그는 “고려와 조선 시대의 비서는 왕명의 출납을 맡아 보며 문서를 기록·보관하고 전하는 승정원의 승지와 생활형 비서인 궁내부의 내시(환관) 두 유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승정원일기 연구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한국 비서사’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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