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단장 보름 전 이상징후 보고 묵살” 지난 3일 지반 침하 사고가 난 서울 서대문구 가좌역 철로지반이 올해 1월부터 뒤틀림현상 등 이상 징후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6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 수색시설사업소의 ‘하절기 대비 선로 인접공사 안전대책’ 보고서를 통해 지난 1월10일부터 5월22일까지 가좌역 구내 등에서 총 34차례 철로 면을 맞추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의선 상·하행선 철로 면의 틀림양은 25㎜에서 5월 60∼70㎜까지 벌어졌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1월부터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해 상황은 계속 악화됐고, 실제로 지난달 21일 지반이 침하됐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 발생 4분 전에 열차가 지나가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코레일 시설 관계자를 소환 조사한 결과 2주 전 감리단이 지반 이상에 대한 보고를 묵살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6일 밝혔다.
수색시설사업소장 박모씨는 경찰에서 “지난달 21일 이번 사고 현장에서 150여m 떨어진 선로 옆에서 퇴근하던 사업소 직원이 5m 깊이의 지반침하 구덩이에 빠져 5일간 입원했다. 박씨는 사고 직후인 23일 토질학회 교수 2명과 지반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감리단장과 시공사 직원에게 요구했지만 감리단장은 ‘공사현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씨는 지난달 25일 코레일 서울지사 안전환경팀장과 현장을 방문, 사진을 채증한 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감리단장에게 공사안전관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홍모 감리단장은 경찰조사에서 “지반 이상에 대한 보고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철로 주변 자갈 부족, 주변 배수 불량, 레일 연결 부위 용접이 미흡한 3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대해 시정할 것을 코레일 측에 요구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코레일에 따르면 지반 침하로 유실된 선로 3개 가운데 상행선이 이날 오전 복구돼 오후 2시 통근열차 2020호를 시작으로 서울로 가는 통근열차 8편을 운행했다. 유실된 나머지 2개 선로도 오후 6시 복구됐지만 붕괴 장소와 가까워 정밀진단이 필요한 만큼 코레일은 당분간 상행선을 이용해 단선 운행할 계획이다.
장원주·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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