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 시각 정화해 진리 탐구 도와 “수학은 계산을 하는 거고, 철학은 생각하는 거잖아요. 철학과 수학이 무슨 상관이 있나요?”
학문이 세분화되면서 철학과 수학 간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학문은 원래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특히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자와 수학자의 구분이 따로 없었을 정도였다.
철학과 수학 간의 관계를 따져보기 전에 현재 수학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부터 살펴보자.
최근 기초과학학회협의체의 조사에 따르면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의 비율이 중1 때는 50%에 달하지만 고1이 되면서 27%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7개 대학 과학·기술계통 학과에 다니는 대학생에게 중·고교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문제를 풀게 한 결과 평균 성적이 30점도 안 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처럼 수학은 외면받고 있지만 학문의 중심, 특히 과학의 중심엔 수학이 있다.
지동설을 주장한 17세기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연’이란 책은 수학적 언어로 쓰여 있다”고 말했고,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컴퓨터와 수소폭탄을 만든 폰 노이만은 “과학자는 자연을 관찰한 결과를 가지고 수학적 건물을 만든다”는 말을 했다. 두 과학자의 말을 종합하면 수학이란 도구가 없이 과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배우는 수학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우리의 조상은 하늘을 날고, 바다 속을 헤엄치며,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졌다. 이러한 기술은 오늘날 대부분 현실로 이뤄졌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수학정신 때문이다. 수학정신을 이루는 것은 바로 ‘증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학자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뻔한 사실마저도 증명해내야 직성이 풀렸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두 변 길이의 합은 한 변의 길이보다 크다’는 수학 증명을 따져보자.
이 사실은 동물조차도 알고 있어 들판에서 맹수에게 쫓기는 동물들도, 이것을 이용해 맹수의 습격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이렇듯 누구나 뻔한 사실조차도 고대 그리스인들은 기하학이라고 하는 수학에서 증명하려 했다. 즉 수학이란 기계적인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따져보는 활동이다. 이러한 수학을 누구보다 중시했던 철학자는 바로 플라톤(BC 427∼348)이었다. 그는 세계 최초의 대학인 ‘아카데미’를 세웠는데, 학교 입구에 ‘기하학을 모르는 학생은 아카데미에 들어올 수 없다’는 현수막을 세울 정도로 수학을 중시했다.
아카데미 학생들은 철학을 통해 세계의 본질이라고 하는 ‘이데아’를 찾는 공부를 했는데, 이러한 철학 공부를 하기 전에 반드시 공부해야 할 것이 바로 수학이었다.
철학 이전에 수학을 공부했던 이유는 엄밀한 증명 작업이 세상을 감각적으로만 보려고 하는 우리의 영혼을 정화하고, 정화된 영혼은 세계의 본질을 찾아낼 힘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플라톤에게 수학이란 철학적 진리 탐구를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초적 소양이었으며 세계와 인생의 의미를 깨우치기 위해 필요한 치밀한 사고력을 습득하기 위한 학문이었다.
임근용 어린이 철학교육 연구소 객원 연구원,
성동고 윤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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