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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아시아를 빚는다

입력 : 2007-04-20 14:17:00 수정 : 2007-04-20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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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제4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2007 제4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마지막 장식을 마치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28일부터 한 달간 ‘미래의 아시아를 빚자’란 주제로 도자 예술의 모든 것이 펼쳐진다. 이천은 현대 도자기를 중점 배치했고, 광주와 여주는 각각 유물 도자기와 생활 도자기로 개성을 살렸다. 세 곳 모두 가깝게 모여 있어 부지런하다면 다채로운 ‘도자기 마실’을 즐길 수 있다. 개막을 앞둔 도자기 비엔날레의 베일을 들추고, 살짝 그 안을 들여다 봤다. 행사장에 가득한 신록과 흙냄새가 사전 탐방을 한결 유쾌하게 했다.
# 눈을 즐겁게 하는 도자기 기획전
이천 행사장인 설봉공원에 들어서니 ‘소리나무’가 은은한 종소리를 공중에 퍼뜨린다. 세계 최대 도자악기로 나무 조형물에 수백 개의 도자 풍경이 걸려 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풍경들은 종달새 떼처럼 청량한 음을 낸다. 기념촬영의 명소가 될 듯하다. 미리 행사장을 찾은 윤성환씨는 아내와 함께 소리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배경에 만족하면서도 “카메라로는 풍경 소리를 담을 수 없네”하며 아쉬워한다.
◇이천 흙놀이 공원

◇여주 흙놀이방(왼쪽), 이천 전통가마

기획전 ‘아시아 테마 세계 현대도자전’은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14개국 현대 도예가 26명의 경연장이다. 각국의 전통이 녹아든 찻잔과 생활용기, 설치작품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파키스탄 출신 할리마 카셀의 ‘요새’가 눈에 띈다. 아프리카 디자인과 이슬람 건축이 뒤엉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리나무

여주는 ‘세라믹 하우스Ⅲ’를 내세운다. 올핸 호텔 로비와 식당, 갤러리 등 상업공간을 빛내는 도자기 인테리어가 소개된다. 퓨전 한식당엔 16명이 마주 앉는 사각 테이블에 백자 식기가 올려져 있다. 젊은 도예가의 기지와 감각이 살아있다.
광주에서 열리는 특별전 ‘동서 도자유물의 보고’는 한·터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터키의 국보급 도자기를 ‘모셨다’. 톱카프 궁전박물관이 소장한 청화연지수금문팔각병, 스와토봉황형병 등 중국 도자기와 청화백자가 묘사된 세밀화 등 173여점이 이번 비엔날레를 돋보이게 한다.
참신한 작품이 가득한 공모전도 눈길을 끈다. 올해 4회째인 ‘국제공모전’에선 66개국에서 출품된 2444점이 각축을 벌였다. 대상작 보딜 만츠(덴마크)의 ‘건축적 부피’는 평면과 입체의 미묘함이 담긴 수작이란 평을 받았다. 용기, 찻잔, 추상조각 등 입상작들 188점이 여주와 이천에서 나뉘어 전시된다.

# 도자기야, 놀자
◇여주 ‘세라믹하우스Ⅲ’에 전시된 백자 식기

눈으로만 감상하기보단 몸으로 부딪치는 체험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천, 여주는 이미 1일부터 ‘흙놀이’, ‘도자기 체험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천 흙놀이 공원은 서울 흥일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아침부터 요란했다. 아이들은 전통 물레 체험장, 흙던지기장, 흙밟기장, 정글 놀이터 등 코스를 돌며 도자기와 친해진다. 생전 처음 물레를 돌려 컵을 빚은 강재영(10)군은 “흙 만지는 느낌이 차갑고 이상했지만 아주 재미있어요. 연필꽂이 같은 것도 도자기로 만들고 싶어요”라며 환호한다. 옆에서 흙덩어리가 예쁜 컵으로 변하자, 같은 반 친구들은 입이 벌어진다.

물레 체험 다음으로 인기 있는 코스는 흙밟기장. 흙 반죽을 밟으며 옛 도공이 된 기분을 실감할 수 있다. 맨발이 된 아이들은 진지하게 흙의 느낌을 음미하다가 이내 트위스트 파티를 벌인다.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왔기에 걱정 없이 뛰고 뒹군다. 교사 김수미(46)씨는 “흙놀이 공원은 학습과 놀이가 잘 조화된 곳”이라며 “흙을 주무르고 만지면서 한껏 웃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도 즐거워진다”고 말한다. 이천 행사장은 흙으로 체험하는 미술교실 ‘키즈 워크숍’, 초등학교 3학년 교육과정과 연계한 ‘나의 얼굴 이야기’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주 또한 ‘흙놀이방’ ‘토야도예공방’을 도입해 오감으로 도자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천 ‘아시아 테마 세계 현대도자전’에 출품한 파키스탄 출신 할리마 카셀의 ‘요새’

◇국제공모전 대상작 ‘건축적 부피’

행사장을 벗어나도 이천엔 즐길 거리가 많다. 300여 도예업체가 들어선 도예촌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관광명소다. 외지인들은 우아한 다기, 앙증맞은 그릇에 반해 한아름 쇼핑하기도 한다. 허기지면 주전부리로 배 채우지 말고 이천 쌀밥집에 들르자. 윤기 나는 이천 쌀밥에 한 상 가득 나오는 정찬이 수라상과 진배없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도자기를 한국 대표 상품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 인터뷰


“도자기를 반도체, 휴대전화처럼 한국 대표 상품으로 키우겠습니다.”
김문수(57·사진) 경기도지사는 이천 도자기에서 수익을 본다. 도자기가 장차 한국의 수출 효자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흙으로 빚은 도자기는 자연친화적이라 우리 몸에 해가 없는 제품입니다. 환경호르몬을 기피하는 추세에 따라 점차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도자기 비엔날레는 한국의 도자기를 전 세계에 알리는 통로다. 2001년 세계 도자기 엑스포가 시작된 이래 연인원 1500만명이 관람한 대규모 행사로 입지를 굳혔다. 세계 각국의 도예인이 참여하는 문화축제의 장으로도 이름을 얻고 있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터키 톱카프 궁전박물관 유물을 전시하는 것도 국제적 명성에 힘입었다.
해외 관광객도 점차 늘고 있다. “이미 일본에 현지 홍보대행사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부턴 국내 거주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 주한 미군들도 단체로 초대할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현지 예술가와 학자들이 발벗고 참여 의사를 보일 정도입니다.”
김 지사는 가족, 친구와 함께 비엔날레를 즐길 것을 권한다. “‘동서 도자유물 보고전’에서 도자문화의 과거를, ‘세계현대도자전’에서 현재를, ‘세라믹 하우스Ⅲ’에서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린지 페스티벌, 전국 직장인 밴드 페스티벌도 꽤 흥겹습니다.”
김 지사는 비엔날레에서 지나친 예술성, 전문성을 걷어냈다. 실내장식, 주방용품, 장신구 등 평범한 일상에 단순하고 예쁜 도자기가 많이 쓰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서구인의 도자기 사랑은 식탁에서 잘 나타납니다. 이 빠진 도자접시라도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면 손님에게 내놓는 것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비엔날레를 통해 한국인의 식탁에 도자 그릇이 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이천 도자기가 세계인의 주방에, 안방에 필수품처럼 놓일 날이 올 것입니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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