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첫 선을 보인 SBS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는 극을 시작하자마자 적나라하게 불륜의 현장을 들통내면서 출발했다. 단짝 친구 ‘지수’(배종옥)의 집에 초대를 받은 ‘화영’(김희애·사진)은 친구의 남편 ‘준표’(김상중)와 그것도 친구의 집 부엌에서 짓이기듯 상대의 입술을 탐하다가 지수의 언니(하유미)한테 목격을 당했다.
출발부터 김수현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대사와 묘사가 진하게 묻어난 이 드라마에서 단연 시청자의 동공을 확대한 것은 김희애의 새로운 얼굴일 것이다. 지적이고 현명한 현모양처 역에 제격인 그가 파마머리에 섹시한 빨간드레스를 걸친 채 애욕의 눈빛을 이글거리는 모습은 충격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는 그동안 숱한 드라마를 통해 숱한 명캐릭터를 빚어왔지만 특히 참하고 단정한 이미지의 미녀 톱스타에게서 독기와 욕망을 끌어내는 데도 솜씨를 보여줬다. 이를 앙문 채 ‘부숴버릴 거야’라고 말하며 처연하게 한을 분출한 1999년작 ‘청춘의 덫’의 심은하, 따로 정혼자가 있음에도 외국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불꽃같이 몸과 마음의 교감을 나눠버리는 2000년작 ‘불꽃’의 이영애 등은 김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통해 기존 이미지에 대담한 균열을 내고 연기생활에도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조재원기자 otak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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