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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사랑에 목숨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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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4-02 00:00:00 수정 : 2007-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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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 남겨놓고 떠나가느냐 얄미운 사람” 오늘은 이 노래 가사에 알맞은 사랑이야기를 읊어보려고 한다. 사랑이란 참으로 얄궂은 것이어서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의 속을 태우고, 때로는 질투를 심어주고, 미움을 탄생시키며 이리 꼬이게 하고, 저리 꼬이게 만드는 게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하고 그러면 좋을 것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싫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가 싫어하니 사랑은 참 야속도 한 것이라!

뭇 사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는 모르는 체하는 여인, 그래서 이들의 속만 태우고, 이로 인해 때로는 비극을 만들어내고, 슬픔을 안겨주기도 하는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아탈란테이다. 그녀는 아름답다기보다는 잘 생긴 여자라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여자로 보기에는 남자답게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잘 생겼으되, 남자로 보기에는 너무나 여자답게 생겼다. 그런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진 멜레아그로스는 슬픈 운명을 안고 죽고 말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조차 없었다. 그녀는 아예 남자라면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지 않으려 내심 애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전에 “아탈란테! 너는 절대로 결혼해선 안 된다. 만일 네가 결혼하면 넌 필연코 비참하게 죽고 말 것이다!” 라는 신탁을 받았던 것이다.

그 후로 그녀는 그 신탁이 두려워서 접근해 오는 남자들도 많았지만 남자들을 의도적으로 피하곤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남자들은 오히려 그 매력에 빠져서 더 그녀를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 체하고 남자와의 교제를 피하기 위해 사냥에만 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집요하리만큼 열렬히 구애를 하는 남자들을 만나면, 그녀는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당신이 정말로 나를 사랑하고 싶다면 나와 경주를 하여 나에게 이긴다면 그 상으로 내 몸을 맡길게요. 만일 나와의 경주에서 나에게 진다면 당신은 그 벌로 나에게 죽음을 당할 것이오.”

그녀가 제안하는 이 방법은 그들을 물리치는 데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그녀가 그 제안을 하면 한결 같이 그들은 슬그머니 뒤꽁무니를 뺀다. 왜냐하면 그녀는 달리기에서는 당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날쌘 제비처럼 날렵하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내달아서 동물들을 잡는 사냥 솜씨가 웬만한 남자들을 능가하는 사냥꾼이었다. 그런 그녀와의 경주로 목숨을 건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드디어 용감하게도 그녀에게 도전해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하여 그녀와의 경주가 벌어지게 되었다. 이 날의 심판은 히포메네스가 맡기로 한다. 그는 아탈란테에 대한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목숨을 걸고 도전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도 않고 있었다. 그냥 심판을 맡기로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경주를 허락하면서 심판을 맡아달라는 이들의 청원에 이렇게 말한다.
“그래, 한 여자 때문에 목숨을 걸만한 모험을 할 만큼 경솔한 젊은이가 있단 말이냐?”

그리고는 경주 장에 와서 오늘의 경주를 준비하고 있는 아탈란테를 보게 되었다. 마침 경주를 준비하느라 겉옷을 벗은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히포메네스는 입을 벌리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고는 잠시 후 이렇게 말한다.
“젊은이들이여! 나를 용서하게. 나는 그대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품의 가치를 미처 몰랐네.”
히포메네스는 경주를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어느 덧 그 자신도 그녀를 향한 연정이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심판을 보면서도 속으로는 그들 모두가 패배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설령 그들이 죄 없이 죽어야한다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녀를 향한 사랑이 생기면서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하여 경주자들과 아탈란테의 경주는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경주를 바라보는 히포메네스의 심정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그는 오로지 그들 모두가 경주에서 패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어쩌다 잘 달려서 그녀와 대등하게 달리는 사람을 보면 혹시나 그가 승리할까봐 마음이 조여오고, 질투로 불타곤 한다.

그의 이런 마음에는 아랑곳없이 아탈란테는 질주한다. 그녀가 달리고 있는 모습은 일찍이 볼 수 없었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미풍은 그녀의 발에 날개를 달아 준 것같이 사뿐사뿐하게 달리는 모습이 천사의 모습이었다. 그런데다가 그녀의 곱고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나부끼며 흐르고, 옷의 화려한 술은 뒤쪽으로 아름다운 율동처럼 나부꼈다. 마침 햇살을 받아 불그스름한 빛깔이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를 물들였는데, 그것은 마치 진홍색 커튼이 대리석 벽을 물들인 것처럼 너무 고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심판의 본분을 잊은 채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있는 순간에도 경주자들은 사력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사랑을 얻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달린다. 마침 한 사람이 아탈란테와 대등하게 달려 나간다. 그러자 히포메네스의 손에는 땀이 젖는다. 그는 속으로 애가 타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를 잃을 것만 같은 생각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여인이 아니었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마음이 되어 그녀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제발 그녀가 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만일 그녀가 경주에서 패하게 된다면 이제 막 사랑에 타오르기 시작한 그는 헛물만 켜다가 돌아서는 꼴이 되고 마는 일이었다. 드디어 모든 경주는 끝나고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승리였다. 그렇게 하여 아까운 젊은이들은 경쟁에서 파하고, 무자비하게 사형에 처해졌다.
자리가 마무리 되고 아탈란테가 심판석으로 돌아오자 히포메네스는 앞으로 나서면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탈란테여, 이런 느림보들을 경주에서 이겼다고 우쭐해하지는 마시오. 이번에는 내가 당신에게 도전하여 진정으로 빠른 사람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겠소. 내 그대와 경주를 하여 당신을 내 여자로 만들리다.”
이 말을 들은 아탈란테는 히포메네스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자신이 방금 죽게 만든 젊은이들의 싸늘한 시체를 돌아보며, 그를 다시 측은하게 바라본다.

남자들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사실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들이다. 남자들은 강한 척만 할 뿐 여자와의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에서 허우적거리다 망하거나 인생을 망치는 것도 모르고 지내는 어리석은 존재들일 뿐인 걸. 안토니우스가 그러했고, “블랙 북”이라는 영화에서 문츠 대위도 그러했으니까. 오! 불쌍한 우리의 히포메네스. 그도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아닐지 다음 주에 이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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