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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과학원리 찾기]노화 일으키는 산화현상이란?

입력 : 2007-04-02 16:23:00 수정 : 2007-04-02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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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공기를 만나면 녹이 슬듯 활성산소가 몸속 세포도 녹슬게 하죠” 진시황은 13세의 나이에 왕위에 올라 최초로 중국 대륙을 통일한 황제이다. 진시황은 세상 누구도 넘보지 못할 권력을 가졌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영원히 늙지 않는 ‘불로’를 바랐다.
그는 늙지 않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면서 불로초를 찾으려 했지만 불로초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채 41세에 세상을 떠났다. ‘생로병사’에선 누구도 예외가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누구나 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인간이 늙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은 늙는다’는 말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노화가 왜 당연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해명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과학자들은 ‘산화’를 노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화란 무엇이며 산화를 막아준다는 항산화제란 무엇일까.
〈산화와 노화〉
산화란 어떤 물질이 산소를 얻거나 전자를 빼앗기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산화작용으로는 철이 공기나 물 속에 있는 산소와 만나면 녹이 스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우리 몸 안에서도 산화가 일어난다. 인간의 몸 안에 있는 활성 산소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큰 분자로부터 전자를 빼앗아 그 분자를 산화시킨다. 성분 분자가 산화되면 세포막의 성질이 바뀌게 되고, 인간의 면역체계는 바뀐 세포를 적으로 판단해 파괴한다.
재생되지 않는 세포가 이런 식으로 파괴되면 생물체는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고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노화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하지만 우리의 몸은 산화에 대항할 수 있는 방어 물질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토코페롤이라 불리는 비타민 E는 스스로 산화되면서 다른 물질의 산화를 막아주기 때문에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 또 SOD(SuperOxide Dismutase)라는 이름의 효소는 체내의 과산화물을 제거해 산화를 막는다. 이처럼 산화를 막아주는 물질을 항산화제라고 한다.
〈항산화작용하는 초콜릿〉

하버드대학이 졸업생 8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금주가에 비해 초콜릿을 먹는 사람들의 수명이 1년 정도 긴 것으로 밝혀졌다.
초콜릿 속에는 항산화제가 들어있는데, 이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 수명까지 연장시킨다는 것이다. 초콜릿이 건강에 도움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최근 카카오의 함량을 높인 초콜릿 제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카카오 함량을 높인 초콜릿 제품의 핵심은 폴리페놀이다. 폴리페놀은 비타민 E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항산화제로 주로 식물에서 발견된다.
이 폴리페놀은 놀랍게도 독극물로 알려진 페놀을 분자 하나당 한 개 이상 가지고 있다. 하지만 페놀이 다른 물질과 결합해 폴리페놀로 만들어지면 더 이상 독극물이 아닌 항산화제가 돼 노화를 늦춰주는 역할을 한다.
폴리페놀은 주로 탄닌과 플라보노이드 계열로 나뉘며 카카오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은 플라보노이드 계열이다. 플라보노이드는 심장 혈관 질환과 암의 발생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의 항산화제 함량은 적포도주의 두 배, 녹차의 세 배에 달하지만 몸 안에서 빨리 분해·배출되기 때문에 기대만큼 크게 항산화작용을 하지는 못한다.
〈신의 물방울, 와인〉
프랑스 사람들은 육류 위주의 고지방 식사를 하지만 심장병 발병률은 현저히 낮다.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하는데, 프랑스인이 즐겨 마시는 적포도주의 영향 때문이다.
와인에는 탄닌 계열의 폴리페놀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탄닌은 포도의 껍질과 씨에 많이 들어 있어서 백포도주보다는 적포도주에 더 많다. 와인을 마실 때 끝맛에 시고 떫은맛이 나는데, 떫은맛을 내는 작용을 하는 것이 바로 탄닌이다. 또 같은 적포도주라도 산지와 숙성법에 따라 폴리페놀의 함량이 달라진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폴리페놀 함량이 가장 높은 와인은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 지대의 제르 지방 제품과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섬의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두 지역은 모두 장수 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맑고 깨끗한 녹차〉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의 심장병 발병률이 높지 않은 것은 녹차 덕분이다. 녹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플라보노이드 계열로, 카테킨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카테킨은 암과 심장병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선한 찻잎 속에 들어 있는 카테킨의 함량은 25% 정도다. 따라서 찻잎을 이용해 만드는 녹차, 홍차, 우롱차 등에는 카테킨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카테킨은 동물 대상 실험에서 콜레스테롤에 의한 피떡을 환원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 차를 우렸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나 단맛은 카테킨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오래 우렸을 때 나오는 떫은맛이 카테킨에 의한 것이다. 말 그대로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쓴 셈이다.
유럽인은 적포도주, 아시아인은 녹차, 미국인은 커피를 통해 가장 많이 폴리페놀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어떤 식품도 영원한 젊음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라면 쓴맛이 나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전화영 서울 청담고 화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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