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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세상의 이치가 들어있어요"

입력 : 2007-02-20 14:56:00 수정 : 2007-02-20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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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나침반 ''윤도'' 제작 중요무형문화재 김종대씨 “우리나라 전통 나침반인 윤도(輪圖)에는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삶, 세상의 이치가 들어 있어요. 나는 긴 세월 동안 이 윤도와 세상의 이치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서 3대째 ‘윤도’를 만들어 오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10호 윤도장(輪圖匠) 김종대(75·사진)씨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윤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50년 동안 윤도를 만들어 온 것은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었다. 정읍농고를 졸업하고 농협에 다니던 그는 20대 중반에 부친 등으로부터 “3대에서 전통 가업의 명맥이 끊겨서는 안 된다. 형제들 중에 네가 소질이 가장 뛰어났으니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다.
그는 1년여 동안 고심하다 마침내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윤도 제작에 몰두했다.
“부친과 백부께서는 ‘정식으로 기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본 것뿐인 네가 불과 1년도 채 안 돼 훌륭한 윤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니 아마도 윤도장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 틀림없다’며 칭찬을 했어요. 이 칭찬이 국내에서 유일한 윤도장이 되는 계기가 됐어요.”
그는 50년 동안 성내면 산림리에 있는 ‘윤도 전시관’ 내 작업장에서 자철석으로 자력을 입힌 바늘을 대추나무에 꽂아 우리나라 전통 나침반인 윤도를 만들어 오고 있다.
‘윤도 전시관’은 1996년 국내에서 유일한 윤도장으로 지정된 그가 사비와 정부 지원금 등 2억5000만원을 들여 500평 규모의 2층짜리 건물로 지었다. 전시장 2층에 작업장이 마련돼 있다.
‘윤도’는 24방위를 원으로 그려 넣은 풍수 지남침(指南針)을 말하는데 나침반, 패철, 나경 등으로도 불린다. 윤도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은 바로 자철석. 김씨가 사용 중인 자철석은 350년이 됐다고 한다.
당초 이 자철석은 350여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윤도를 만들어 온 전(全)씨 일가가 사용해 온 것이었다. 이후 전씨 일가에서 윤도의 명맥이 끊기면서 한(韓)씨와 서(徐)씨 일가 등을 거쳐 김씨의 조부인 고(故) 김권삼씨가 물려 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김씨는 이 자철석을 맏아들이자 윤도장 이수자인 희수(45)씨에게 물려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김씨는 ‘윤도’ 만드는 일이 결코 간단치 않다고 했다. “윤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선 우선 손보다 머리를 써야 해요. 그래서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나무를 깎는 일보다 대학(大學)과 주역(周易) 등을 완독하는 일을 먼저 시켰어요. 윤도는 십이지(十二支)와 팔괘(八卦)로 방향을 표시하기 때문이죠.”
동심원 개수가 많은 윤도일수록 새겨 넣을 글자가 많아진다. 동심원 1개를 1층이라고 부르는데 24층으로 만들 경우 음양오행(陰陽五行), 24절후 등 5000여자가 깨알같이 들어간다.
“오래 된 나무에 나이테가 많은 것처럼 윤도도 마찬가지입니다. 24층, 36층짜리일수록 세상 만사를 담고 있지요. 뱅뱅돌이 윤도가 곧 뱅뱅도는 인생인 셈이죠.”
그는 “새끼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여러 획의 한자를 새기려면 결이 고르고 단단한 대추나무를 써야 한다”며 “글자를 새긴 나무판 중심에 자철석을 붙여 자력을 입힌 바늘을 올려 놓으면 윤도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최근 들어 공장에서 제작한 값싼 중국산 윤도가 많이 들어와 작은 시장마저 빼앗기고 있다”며 “생계유지도 어렵지만 윤도를 만들 때가 제일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힘줘 말했다.
박석규 기자 s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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