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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블랙 자코뱅

입력 : 2007-02-03 14:01:00 수정 : 2007-02-03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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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해방운동 도화선 된 ''검은 혁명'' ◆ 시 엘 아르 제임스 지음/우태정 옮김/필맥/1만6000원
프랑스 혁명 당시 급진당파를 일컫는 ‘자코뱅’. 흑인 마르크스주의자인 시 엘 아르 제임스는 ‘검은 자코뱅’이란 패러디형 제목으로 흑인들이 프랑스 혁명 직후 중미 서인도제도의 아이티(산토도밍고)에서 성공한 노예혁명을 다룬다. 식민주의에 대항한 투생 루베르튀르의 활약이 단연 눈길을 모은다.
아이티 혁명이 일어난 18세기 말 산토도밍고는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을 발판으로 삼은 사탕수수 재배 중심지였다. 당시 프랑스 한 해 수출액 1700만파운드 중 60%가 넘는 1100만파운드가 산토도밍고 무역을 통해 이루어질 정도로 프랑스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산토도밍고에서 창출했다.
수익을 더 내기 위한 지주들의 욕심으로 노예는 계속 ‘수입’됐지만 착취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노예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20㎏ 물건들을 운반하고 1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잠을 잤다. 형편없는 음식과 채찍질, 무거운 족쇄와 높은 사망률로 흑인 노예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프랑스 혁명 소식이 전해졌고, 1791년 아이티의 북쪽을 중심으로 반란이 일어나 수많은 설탕공장과 농장이 불탔다.
시 엘 아르 제임스 지음/우태정 옮김/필맥/1만6000원

그 중심에는 투생 루베르튀르라는 흑인 노예가 있었다. 백인들의 처사에 항거한 봉기들은 간혹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은 구심점이 없었던 탓이다. 1792년 지휘권을 획득한 루베르튀르는 설득력 있는 연설과 절절한 심정이 담긴 서신 등으로 노예들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했다.
혁명에 투신했던 루베르튀르는 회의에 참석했다가 프랑스군에 생포됐다. 그러나 그에게 감화된 노예들은 후계자 데살린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결국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치고, 1804년 독립을 선포했다.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아이티공화국이 수립되는 순간이다. 흑인들의 이 혁명은 아프리카에서 쿠바에 이르기까지 제3세계에서 전개된 해방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루베르튀르가 이끈 아이티 혁명을 따라가다 보면 노예무역의 잔혹한 행태들을 만날 수 있다. 겉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내세웠던 프랑스는 개에게 사람 고기를 먹이는 등 경제적 이득을 위해 식민지를 비인간적으로 억압했다. 프랑스 혁명의 이념이 무색할 정도의 이중성이다.
저자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으로 1932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다. 트로츠키에 동조한 저자는 J 은크루마 등 아프리카 해방운동 지도자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던 국제아프리카서비스사무국에서 일했다. 38년 미국 이주 후 사회주의혁명에서 흑인운동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이론화해 제3세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책은 출간 7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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