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제우스 신은 인간 여성인 알크마네 사이에서 아이를 낳게 되는데 그가 바로 헤라클레스다. 제우스의 정부인인 헤라가 아이에게 앙심을 품은 건 당연할 터. 아이의 안전을 염려한 제우스는 헤라가 잠든 사이 아이를 데려다 헤라의 젖을 빨게 하는 꾀를 낸다. 비록 아이가 미움의 대상이었지만, 자신의 젖을 먹은 아이를 차마 해칠 수는 없는 일이니 모성애를 이용한 셈이다.
아기였지만 헤라클레스가 젖을 빠는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아이가 입을 떼자 헤라의 젖이 사방에 뿌려졌다. 이때 하늘에 뿜어진 줄기가 은하수, 땅에 떨어진 방울은 순결한 백합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의 생명을 구한 젖이 밤하늘과 지상의 아름다운 장식이 되기도 했으니 그 위대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신화를 화폭에 담은 것이 이탈리아 화가 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이다. 다빈치나 보티첼리 등과 어깨를 겨룰 만한 거장 틴토레토는 화려한 색채와 고전적인 화풍을 보여준다. 그림 속의 독수리는 제우스를, 공작은 헤라를 상징한다.
헤라클레스가 여신의 젖을 먹었기 때문에 당대의 영웅이 됐는지는 모를 일. 실제로도 엄마의 젖은 아기의 성장과 발육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한 영양 공급원이며, 면역 성분은 분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모유 수유가 산모의 자궁 수축을 돕고 유방암 발생도 낮춘다고 하니 엄마와 아이에게 일거양득인 모유 수유를 거부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최근 모유 수유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그나마 수치가 조금 올랐다고는 하나, 생후 1년 이내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는 비율이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왜 이렇게 모유 수유율이 저조한 것일까? 몸매 상할 일을 걱정하는 철 없는 엄마들의 탓일까?
최근 산후 휴가에서 복귀한 간호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새벽잠 설쳐가며 젖을 먹이고, 근무 중에 눈치 보며 젖을 짜 모아 퇴근 후 아이에게 먹이는 게 너무 힘들어 눈물을 쏙 빼고 있다고 한다. 마음껏 수유하고 싶지만 맞벌이 환경에 엄두 내기가 어렵다는 호소였다. 마음은 굴뚝이나 번거로운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음대로 모유를 모아둘 수 있도록 병원 내에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모유가 좋다, 많이 먹여라’는 허울 좋은 캠페인성 발언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사회가 먼저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영웅 헤라클레스’와 같은 위대한 인재가 만들어질 것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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