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결합 13건 중 3건만 제대로 심사 기업 인수합병(M&A)의 최종 심사권을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기업 출현을 막고 시장경쟁을 보호해왔는지를 평가한 결과 상당수 문제점을 노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공정위는 국내 자동차·이동통신 시장 판도를 바꾼 현대차·기아차 및 SK텔레콤·신세기통신의 기업결합을 허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독과점 시장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13개 대규모 기업결합에 대해 합리적 조치를 취했는지 분석한 결과 단 3건만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기업결합 허용=26일 동아대 박병형·한양대 이호영 교수가 공정위 의뢰로 작성한 ‘기업결합 시정조치의 효과 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가 198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식매각, 가격제한 등의 시정조치를 내린 기업결합 건수는 총 31건이다. 보고서는 공정위가 취한 조치들이 과연 적정했는지 분석한 결과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몇몇 사건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99년의 현대차·기아차 기업결합은 “경쟁 제한성과 기업결합의 효율성을 비교하면 허용하기 어려운 M&A였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대우차 때문에 경쟁이 유지된다’ ‘수출이 내수보다 많다’는 등의 구실을 들어 M&A를 승인했지만 독과점 기업 출현을 허용하기에는 여러모로 군색했다는 것. 당시 정부 입장과 여론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이를 금지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입찰단계에서부터 어떤 형태로든 경쟁정책적 판단을 반영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했다는 게 보고서 지적이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M&A도 잘못된 기업결합의 사례로 꼽혔다. 양사 결합 시 이통시장의 경쟁구도가 무너짐에도 불구하고 ‘한시적 시장점유율 제한’이라는 엉거주춤한 시정조치만 내리고 이를 허용했다는 것. 보고서는 “만약 신세기통신을 KTF나 LG텔레콤이 인수했다면 이후 이통시장 경쟁 상황은 훨씬 역동적이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13건 가운데 3건만 제대로 심사=공정위가 특정 기업결합에 대해 올바르게 시정조치를 내린다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하락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적정하지 못한 시정조치를 취한다면 이윤이 보장된 독점기업 출현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오르게 된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최근 이뤄진 13개 주요 기업결합의 주식시장 평가를 분석한 결과 무학소주-대선주조, 현대하이스코-한보철강 등 3건에 대해서만 올바른 시정조치를 내린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P&G-쌍용제지, OB맥주-진로쿠어스맥주 2건은 허용해야 할 기업결합을 금지했고, SK텔레콤-신세기통신, 델피니엄-한솔제지, 질레트-로케트코리아 3건은 허용해선 안 될 기업결합을 허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기아차, 인천제철-삼미특수강 등 5건은 당시 주식시장 상황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그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평가가 유보됐다.
박성준 기자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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