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이미 알려진 해중 암초 등의 지리적 환경 변화 및 새로 발견된 암초 등 지리적·지형적 환경 등이 그 나름대로 소상히 나타나 있다. 이 중에서 몇 가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들은 첫째, 이어도의 위치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1800㎞쯤 서쪽으로 되어 있으며 둘째, 그 부속 도서로 알려졌던 호피초(虎皮礁)와 압초(鴨礁)는 원래의 위치에 보이지 않으며 셋째, 이어도 동북방 4.5 ㎞ 지점, 그리고 해면 밑 7m 지점에 새로이 발견된 암초가 있어서 잠정적으로 정암(丁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이 암초의 정식 명칭을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새로 붙일 이름하고 중국의 이름이 양립될 수 있다. 이것은 이어도 문제가 언젠가는 독도와 비슷한 양상을 띨 수도 있다는 것을 상정하면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 일부 전문가들이 이미 알고 있는 암초 중에서 위 보고서에 자세히 기술된 것으로는 소흑산도 서남방 약 50㎞ 해면 아래 7m의 위치한 일향초(日向礁)를 들 수 있다. 이제 여기서 이어도에 관한 한두 가지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아본다. 외국의 해도 등에는 이어도를 소코트라(Socotra)라고 표시한 것이 있다. 이것은 1900년에 영국의 상선 소코트라호가 발견한 데서 유래한다. 그래서 중국은 그 첫 발음을 따서 소암초(蘇岩礁)라고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면 아래 4.6m에 있는 이어도를 인공 섬으로 구축해 2002년 12월에 완공했다.
외국의 해도 등에는 이어도 근처에 1963년에 약진호(躍進號)라는 중국 상선이 침몰했다는 표시가 있다. 중국이 1963년에 건조한 2만2000t급 상선이 불행히도 그 처녀 항해에서 이어도에 좌초하여 침몰해 버린 사실에서 유래한다. 중국 보고서에는 아직도 이어도 근처에 남아 있는 약진호의 형해만이 보이는 사진이 들어 있다.
끝으로 해중 암초의 법적 성격과 관련, 해양법상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그 위에 인공 섬을 구축하는 것은 자국의 관할 해역에서는 해양법상 할 수 있다. 이것은 자국의 배타적 관할권에 속할 따름이지 영토적 개념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에서 해양법상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이어도는 아직 해중 암초이므로 법적으로는 섬이 아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한중 간의 EEZ나 대륙붕의 경계에 관한 합의가 앞서야 한다.
따라서 해양법상 이어도는 아직 섬이 아니고 한중 간 EEZ의 경계가 합의되지 않고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는 영유권에 관한 점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단지 인공 섬 주변 500m 이내의 배타적 관할권만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것도 EEZ에 관한 경계가 합의된 후의 과제로 남는다. 끝으로 우리는 주변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실관계 파악 단계에서 뒷북을 치는 예를 가끔 본다. 혹시 이어도 문제로 중국과 지명 다툼이 일어나게 되면 이것은 우리가 중국의 자료를 제때 입수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독도의 영유권 문제로 오랫동안 감정싸움을 하는 우리로서 법적 근거를 정확히 밝히기 전에 이어도 문제를 영유권 측면에서 보려는 속단은 경계해야 한다.
박춘호 건국대 석좌교수·국제해양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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