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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비쳐진 감옥의 모습은?

입력 : 2006-10-09 09:52:00 수정 : 2006-10-09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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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도관,"허전한 느낌...폭력미화" 지적 ‘빠삐용’, ‘쇼생크탈출’, ‘광복절특사’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정확히 말한다면 감옥을 배경으로 탈옥을 소재로 한 영화다. 출연 배우들이 당대 최고란 점도 닮았다. 빠삐용에는 더스틴 호프만과 스티브 맥퀸, 쇼생크탈출에는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이 열연했다.
우리 영화 광복절특사에선 설경구와 차승원이 투톱이었다. 광복절특사가 인지도에서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세 영화 모두 대표적인 감옥영화다.
하지만 영화 속 감옥은 부패의 공간이고 교도관은 전형적인 악인이다. 교정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영화의 공식에 억울해 할 만하다.
현직 교도관인 정형일씨가 법무부 홈페이지(www.moj.go.kr)에 올린 ‘영화로 본 교도소 풍경’이란 제목의 글은 이런 정서를 반영하면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어서 흥미롭다.
정씨는 감옥영화의 매력은 “감옥이라는 장소의 은밀함에 재판관, 검사, 교도관 등의 확실한 악역과 이에 맞서는 억울한 한 인간의 고난의 과정이 클로즈업돼 감동을 끌어내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지칠 줄 모르는 탈출 시도끝에 부대 자루에 의지해 바다로 둘러싸인 교도소를 탈옥하는 빠삐용이나, 자신의 회계실력을 바탕으로 교도소장의 신임을 얻은 후 19년간 벽뚫기 작업 끝에 탈출에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쇼생크탈출은 전형적이다. 광복절특사의 주인공 ‘무석’도 숟가락 하나로 탈출로를 만든다.
여기서 정씨는 이런 문제를 제기한다. “일반인의 감옥에 대한 체험은 영화 등 매스미디어를 통한 간접체험이 대부분인데 폭력과 오락으로 포장된 교도소 영화는 과연 바람직한가.”
그는 “변화하는 교정 현장을 도외시한 영화도 꽤 있다.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평가했다.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일부 폭력배를 영웅화시키고 폭력성에 대해 미적 덧칠을 가한 영화가 미치는 부정적 측면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그린마일’을 주목한다.
영화는 사형수 ‘존 커피’와 교도관들의 만남을 아름답게 그린다. 그린마일은 감옥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정씨는 극찬한다.
그의 글에는 없지만 이런 관점이라면 최근 괜찮은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좋은 점수를 받을 것 같다. 감옥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 속에서 교도관 ‘이 주임(강신일 분)’은 사형수 ‘윤수(강동원 분)’와 대학강사 ‘유정(이나영 분)’의 만남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씨의 글은 심심찮게 벌어지는 교정시설 내 재소자의 자살, 성추행, 인권 침해 등을 알고 있는 사람에겐 ‘좋은 면만 봐달라’는 투정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씨의 말처럼 교정시설에 대한 이미지는 대개 간접체험으로 만들어지는 게 사실이고 보면 담장 안 세계를 당사자의 눈을 통해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다. 정씨의 다른 글 2편도 함께 게시되어 있다.
김귀수 기자 seowoo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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