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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태양계 밖 행성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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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9-26 14:16:00 수정 : 2006-09-26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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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열린 국제천문연맹에서는 행성에 대한 정의를 확정했는데, 이 정의에 따라 명왕성은 이제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왜소행성으로 불리게 되어 세계의 모든 과학 교과서가 수정되어야 하는 등 막대한 사회비용이 들어가게 생겼다. 아마 지금까지 천문학자가 한 일 중에 일반인들에게 가장 큰 파급효과를 주는 결정이 아닌가 싶다. 별 불편 없이 잘 사용하던 행성이란 용어에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명왕성을 퇴출해 시끌벅적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이 문제는 천체망원경의 구경이 점점 커지면서 비롯된 것이다. 천체망원경의 구경이 커지면 빛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어 더욱 어두운 천체를 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능력을 살려 천왕성 너머를 살펴보니 명왕성보다도 큰 천체들이 있었고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이러한 천체는 부지기수로 발견할 가능성이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행성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번 행성에 대한 정의가 ‘태양계 내의 행성에 대한 정의’라는 점에 주목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다른 별에도 행성이 있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까지 200여개 정도의 별이 행성이 있는 것으로 발견되었고, 이 수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선진국의 천문학자들이 대당 1000억원이나 하는 지름 8∼10m 망원경을 사용하고 있고, 이도 모자라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30∼50m 지름의 망원경 건설을 추진하는 데에는 여러 중요한 과학적 목적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외부행성계, 즉 행성이 있는 별들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태양이 아닌 다른 별에서 행성을 찾는 방법은 원리적으로 아주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별에 비해 행성은 너무 작고, 가볍고, 어두운 데다가 별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로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별에 가서 우리 태양계를 본다고 생각해 보자. 태양계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약 1.5억km 떨어져 있다. 엄청나게 먼 거리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가 약 40조km이니 이곳에서 보면 지구는 태양에서 겨우 0.75초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산 꼭대기에서 직선거리로 약 330km 떨어진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 몇 명이 있는지 셀 수 있어야 하는 정도다. 우리 은하수의 중심에서 26000광년 떨어진 태양을 보는 경우라면 서울에서 해운대의 모래알을 셀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행성이 별에 비해 너무 어둡다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직접 행성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다른 방법들이 있다. 별의 움직임을 초속 1m 정도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거나 어두운 별빛의 밝기를 10000분의 1 단위로 측정할 수 있으면 지구 크기의 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 행성의 공전에 의한 별의 움직임 혹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감에 따른 밝기의 변화가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부행성들은 모두 목성보다도 훨씬 큰 것들이 대부분이며 지구 정도의 크기를 갖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있는지 혹은 외계인은 정말 존재하는지 하는 일반적 관심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 방법으로 천문학자들은 행성을 가질 수 있는 별의 생성 조건과, 특히 지구와 같은 행성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고자 한다. 별이 행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 별이 태어날 당시의 질량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 화학 조성은 어떠해야 하는지, 주변 상황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조건을 밝힐 수 있다면 더욱 쉽게 더 많은 행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생명체 탄생 조건과의 연관성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은하를 이루고 있는 수천억개의 별들 중에 얼마나 많은 별에 생명체가 있을 것인지 밝히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지름 수십m에 이르는 거대한 망원경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거대망원경이 활동하고 한 세대쯤 지난 2050년쯤이면 외계행성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며, 그즈음이면 인간이 진정 코스모폴리탄으로서 자리매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호일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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