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종 취업제한 철폐'' 인권위에 안건 올려 놓아 색맹이나 색약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색각이상’은 우리 눈에서 명암이나 색을 인지하는 세포에 이상이 생겨 색 구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정도에 따라 교통신호등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거나 섞여 있는 색을 비교할 때 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예전에는 색각이상을 색맹이나 색약이라 불렀으나 1999년 안과학회에서 색각이상이라 다시 명명했다.
색각이상의 종류는 크게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뉘며 선천성에는 제1 색각이상(적색약·적색맹), 제2 색각이상(녹색약·녹색맹), 제3 색각이상(청황색약·청황색맹), 전색맹·전색약으로 나뉜다. 제1, 제2, 제3 색각이상은 다시 정도에 따라 각각 약도·중등도·강도 등 3가지로 나뉜다.
전색맹은 매우 드물며 색을 전혀 보지 못해 모든 것이 흑백영화처럼 보이는 상태다. 근친결혼을 한 사람의 자녀에게서 드물게 나타나며 약시와 밝은 빛을 잘 보지 못하는 수명(羞明)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색맹보다는 많지만 전색약도 흔치 않은 편으로 선명한 색은 식별할 수 있으나 색이 흐리면 보지 못한다.
적녹색약·적녹색맹으로 알려진 제1, 제2 색각이상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20만명 정도가 있으며, 남자는 전체의 6%가 이에 해당하지만 여자는 이보다 적은 전체의 0.4% 정도만 있다.
이들은 적색과 녹색이 흐리게 보이고 황녹색이나 적갈색은 식별하지 못한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등도나 약도의 적녹색약은 현재의 그릇된 인식과는 달리 웬만한 색은 모두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어서 일반업무나 학업 등에 별 지장이 없다.
하지만 강도의 적녹색맹은 직업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분야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 현재 영업용 1종 운전면허의 경우 3색 신호등 검사를 통해 색각 검사를 하고 면허증을 발급하고 있다. 하지만 강도 색각이상자 중 상당수가 합격하여 운전면허를 받고 있다. 저속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속도가 빠르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색각이상자에 대한 영업용 운전면허 제한을 좀더 강화해야만 하겠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색각이상자들이 색깔 전체를 전혀 볼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모든 것이 흑백으로만 보이는 전색맹을 제외한 대부분의 색각이상자들은 분리되어 있는 각각의 색깔은 인지가 가능하다.
현재 색각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 및 유전자 치료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불행하게도 완벽한 치료법은 없다.
색각이상은 치료보다는 발견되는 시기에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소아에서 발견되는 색각이상은 향후 진로 상담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지금은 색각이상자가 들어가지 못하는 대학이 거의 없어졌으나 취직하고자 할 때는 아직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다. 특수한 경우 외에는 색각이상이 직업 선택을 제한할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현재 안과학회에서 인권위에 안건을 올려놓은 상태지만 아직 이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색각이상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이동호 빛사랑 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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