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업체인 삼영테크놀로지는 휴대전화 두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키패드를 개발해 놓고도 납품처를 찾지 못해 고전했으나, 모토로라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주역이 됐다.
노키아와 삼성·LG전자의 맹공세에 밀려 수 천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등 뼈아픈 구조조정을 실시한 모토로라가 신제품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2003년 디자인·기술팀을 전 세계로 파견하면서 삼영테크놀로지의 키패드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영남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서태식 삼영 사장은 1988년부터 10여년간 삼성시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2001년 삼영을 세웠고, 2003년 시계 문자판 공정에 사용되는 기술을 응용해 얇은 금속판에 번호와 문자를 새긴 ‘일체형 금속 키패드’를 개발했다. 모토로라는 이 기술을 적용해 기존 1.8∼3㎜이던 휴대전화 두께를 3분의 1로 줄였고, 광택이 나는 키패드의 표면은 기존 제품과 판이하게 다른 시각효과를 주는 제품을 탄생시켰다.
레이저에 대한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1년 11%로 떨어졌던 모토로라의 점유율은 2004년 13.3%, 2004년에는 18.6%, 2006년 상반기에는 20%로 수직 상승했다. 삼영 매출액도 2004년 134억원에서 2005년 750억원으로 500% 증가했고, 올해는 1300억원, 내년에는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 사장은 “제품 디자인을 만들고 6개월간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의 문을 두드렸으나 문전박대를 당했다”며 “변변한 납품 실적도 없는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을 인정해 준 모토로라의 합리성, 개방성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2003년에만 해도 고화질 카메라폰 등 기능 경쟁에 몰두해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며 “대기업의 오만과 상상력 부재로 삼영과 같은 중소기업을 협력업체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황현택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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