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 아테네에 완벽한 몸매와 외모로 그리스를 들썩이게 한 ‘프리네’라는 고급 창부가 있었다. 당시 창부도 서열이 있었고 프리네는 지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최고 레벨이었다.
그 아름다움에 현혹된 뭇남성들이 갖길 원했지만 자존심 강한 그녀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에우티아스가 그녀를 고발했다. 죄목은 신성모독죄. ‘엘리우시스의 신비극’을 하면서 전라로 출연해 신성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법정에 서게 됐고, 연인이었던 히페리데스가 변호를 맡았다. 당대 최고의 웅변가이자 연설가 히페리데스는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배심원에게 직접 보여준 것이다.
그는 “여신상만큼 아름다운 그녀를 죽여야겠는가, 그녀의 아름다움은 신의 의지로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완벽하다”고 외쳤다. 이에 넘어간 배심원들은 “그녀 앞에서 사람의 법은 효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제롬은 몇가지 장치로 이 일화의 클라이맥스를 살렸는데, 첫째가 명암의 대비다. 프리네의 여체를 눈부시게 표현한 것과 달리 그녀를 고발한 에우티아스는 어둡게 표현해 선악을 대비,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듯하다. 둘째 장치는 노출과 감춤이다. 프리네는 전라를 보이지만 얼굴은 가림으로써 긴장감을 준다. 마지막으로 인물들의 살아 있는 표정이다. 찬탄, 놀람 등 인물들의 표정을 각기 다르게 표현해 그림을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이 재판은 여성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남성들에 의한’ 결론이 남았을 뿐이다. 여성의 무기인 아름다움으로 승부를 보려는 그녀의 연인, 아름다운 나신에 저항하지 못하는 배심원들. 재판받은 것은 결국 그녀의 죄가 아니라 그녀의 아름다움이었던 것이다.
미모에 약한 남자들의 심리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필자는 그림을 볼 때마다 몇 해 전의 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얼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에서 일약 인터넷 검색 키워드 ‘톱 10’에 올랐던 여인이 있었다. 수배 전단지 속 범죄자가 어느 순간 국민의 스타가 된 사건이다.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약하게 하고 이성을 흐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 때문에 죄를 용서받는 사회는 결국 혼란으로 치달을 것이다. ‘미인계’ 때문에 역사가 바뀐 적이 얼마나 많은가.
아름다움은 세상을 아름답게 할 때에만 가치가 있다.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지금이야말로 아름다움에 대한 ‘흐림 없는 눈’을 떠야 할 때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www.brea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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