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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광고 천지…시민의식 실종

관련이슈 방치된 독립운동 유적

입력 : 2006-08-15 17:06:00 수정 : 2006-08-15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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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관 입구서 대낮에 술판 화투판
쓰레기광고물로 뒤덮여 ''난장판''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가 마구 방치되는 데에는 행정 당국의 무관심이 큰 원인이지만 시민의식 실종도 한몫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은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이슈’가 터질 때 반짝 높아졌다가 곧바로 수그러들어버린다.
일부 유적지는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와 광고물 등 오물로 뒤덮여 있고, 심지어 ‘난장판’ 수준으로 전락한 유적지도 있다.
14일 오후 찾은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 내 독립관 앞.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 산화한 순국선열의 위패 2327기가 봉안된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독립관 계단과 입구를 가로막은 채 중년층 사내 20여명이 여기저기에서 술판과 화투판을 왁자지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쪽 구석에 신문지를 깔고 세상 모르게 곯아떨어진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를 제지하고 주변을 정돈해야 할 관리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적지를 둘러보려던 이들은 아예 입장을 포기하고 멀찌감치 돌아서 서대문형무소 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때문에 안내문에는 이곳이 일제 침략 야욕이 본격화하던 1896년 서재필 선생 등이 독립협회를 결성한 후 애국토론회를 개최한 뜻 깊은 장소라고 적혀 있지만 어디에서도 숙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을 실은 황성신문사 터 표석은 평소 유흥가 광고 스티커로 몸살을 앓다 다행히 최근 장마로 때를 벗었으나 흔적은 덕지덕지 남아 있었다.
만해가 3·1독립운동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던 종로구 계동 유심사 기념표석 옆에는 주민이 내다버린 쓰레기봉투가 무분별하게 쌓여 있었다.
역시 만해가 불교계 인사들과 만세운동을 계획한 종로구 명륜동 국민생활체육관 부근 중앙학림 표석은 취객으로부터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종종 표석 주변에 쓰레기봉투가 버려지는데 밤에는 취객이 ‘일’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옛 철도박물관 자리에 위치한 강우규 의사의 의거 표석 주변도 아예 노숙인들한테 점령당한 상태다.
대낮부터 술에 취해 얼굴이 불그스레한 노숙인들이 표석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거나 여기저기 신문지가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울역 차량기지 앞에 위치한 3·1독립운동기념 터 표석은 청소도구와 술병 등 쓰레기 더미에 묻혔다.

[관련기사]방치된 독립운동 유적

사회부 기동취재팀=김동진(팀장)·조민중·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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