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안, 안대희보다 기수 후배지만 나이 많아 서열 앞서 11일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5명 취임식 사진이다. 왼쪽부터 이홍훈,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대법관이다.
이들 순서에 무슨 원칙이 있을까? 물론 행사장에 먼저 나온 순서는 아니다. 법조계 관행대로 사법시험 기수가 높은 고참 순서도 아니다. 대선자금 수사로 명성을 날린 검찰 출신의 안대희 대법관이 맨 오른쪽에 선 걸 보면 법원 먼저 사시 기수를 따진 뒤 검찰 출신이 자리를 잡은 걸까? 그 것도 아니다. 단지 나이 순일 뿐이다.
사회에서도 동기들끼리 굳이 서열을 따져야 할 때에는 나이를 기준으로 삼게 된다. 마찬가지로 임명 동기 대법관끼리 서열을 정할 때에 나이는 제 1 기준이다.
판사나 검사, 변호사에게 사법시험 기수는 법조계에 몸담고 있다면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와도 같다. 사시 기수에 따라 선후배가 가려지고 승진 등 인사에서도 사시 기수에 따라 자리가 적절히 배분된다.
그러나 대법관 세계에서는 나이보다, 사시기수 보다 끗발이 높은 게 있다. 임명일자, 이른바 ‘전입날짜’다. 대법관이 되기 전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사시 기수는 무시된다. 나이도 안 따진다. 무조건 하루라도 먼저 임명된 대법관이 서열에서 앞선다. 대법관이 되기 이전에 판사였나, 검사였나, 변호사였나도 중요하지지 않다.
이런 원칙으로 대법관 서열이 정해지기 때문에 사시 17회로 검찰에서는 서열상 한 손가락 안에 들던 안대희 대법관이 대법원에서는 막내(?)가 돼 버렸다. 11일 취임한 대법관 5명중 51살로 가장 젊기(?) 때문이다. 안 대법관은 만 20살에 사법시험에 합격, 이른바 ‘소년등과’했다. 전수안 대법관은 사시 18회로 사시 기수로 치면 안 대법관 후배지만 나이가 3살이 많아 대법관 서열에서 앞섰다.
신임 대법관 5명 중 선임인 이홍훈 대법관은 올해 60세로 사시 기수는 14회다. 사시 기수로는 기존 대법관 중 고현철(59·사시 10회), 김용담(59·〃 11회), 양승태(58·〃 12회) 대법관에 이어 네번째이고, 나이로 따지면 대법원 내에서 이용훈 대법원장(64·고등고시 사법과 15회)에 이은 연장자다. 그런데도 대법관 서열은 8위에 그친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김지형 대법관(48)은 사시 기수로는 21회로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11일 임명된 이들을 올려다보기(?) 힘든 후배지만 대법원에서는 서열 7위다. 사시 20회에 올해 50세인 김영란 대법관도 2004년 8월 임명돼 고현철·김용담 대법관에 이은 당당히 ‘넘버 3’로 꼽힌다.
대법관 서열은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공식 행사 의전은 물론이고 법정에 들어가는 순서, 합의, 판결문 서명, 심지어 해외여행까지 크든 작든 모든 일이 서열에 따라 이뤄진다. 전원합의체 판결시에도 대법원장이 정중앙에 자리하고 좌우 차례로 서열순으로 자리가 정해진다.
일선 법원에선 합의부 재판부의 경우 같이 식사를 하러 나갈 때나 산책을 할 때 좌배석·우배석 판사가 재판장을 좌우에서 보좌하며 걷는 풍경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법관 사이에서도 일정한 서열이 있고 그것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김귀수 기자 seowoo10@segye.com
【참고 : 현재 대법관 서열】
① 고현철 : 1947년 2월28일생, 사시 10회
② 김용담 : 1947년 11월30일생, 사시 11회
③ 김영란 : 1956년 4월28일생, 사시 20회
④ 양승태 : 1948년 1월26일생, 사시 12회
⑤ 김황식 : 1948년 8월9일, 사시 14회
⑥ 박시환 : 1953년 4월12일생, 사시 21회
⑦ 김지형 : 1958년 4월22일생, 사시 21회
⑧ 이홍훈 : 1946년 6월1일생, 사시 14회
⑨ 박일환 : 1951년 1월15일생, 사시 15회
⑩ 김능환 : 1951년 10월23일생, 사시 17회
⑪ 전수안 : 1952년 8월12일생, 사시 18회
⑫ 안대희 : 1955년 3월31일생, 사시 17회
① 고현철 : 1947년 2월28일생, 사시 10회
② 김용담 : 1947년 11월30일생, 사시 11회
③ 김영란 : 1956년 4월28일생, 사시 20회
④ 양승태 : 1948년 1월26일생, 사시 12회
⑤ 김황식 : 1948년 8월9일, 사시 14회
⑥ 박시환 : 1953년 4월12일생, 사시 21회
⑦ 김지형 : 1958년 4월22일생, 사시 21회
⑧ 이홍훈 : 1946년 6월1일생, 사시 14회
⑨ 박일환 : 1951년 1월15일생, 사시 15회
⑩ 김능환 : 1951년 10월23일생, 사시 17회
⑪ 전수안 : 1952년 8월12일생, 사시 18회
⑫ 안대희 : 1955년 3월31일생, 사시 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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