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남쪽 100㎞ 거리여서 축구 열기를 식히는 당일치기 행선지로 안성맞춤이다. 또 다른 관광 포인트는 프랑크푸르트 동쪽에 위치한 젤링겐슈타트와 뷔딩겐. 젤링겐슈타트는 마인강을 끼고 있는 전원도시이고, 뷔딩겐은 개구리 전설이 얽힌 도시다.
Heidelberg 하이델베르크
케이블카 타고 떠나는 고성 여행
하이델베르크 여행은 비스마르크 광장에서 시작된다. 하우프트(중심) 거리라는 말 뜻대로 크고 작은 상점과 서점,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몰려 있다. 1386년 설립된 하이델베르크대학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지만, 220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으로 더욱 유명하다. 3개월 동안 독일만 둘러봤다는 한 배낭족은 또 다른 얘기를 했다. “도서관은 무슨, 난 어딜 가든 대학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다고.” 아닌 게 아니라 멘사(대학식당)는 가이드북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18세기 건물로 현재 박물관으로 활용되는 예수회 교회 외부에는 장식이 유난히 많다. 바로크 양식이다. 성령교회는 1398년 고딕 양식에 따라 지어져 첨탑이 솟아 있지만, 1698년 지붕만 따로 바로크 양식을 택해 보수했다.
길을 걷다 보니 종소리가 들린다. 시청 건물에서는 정오, 오후 4시와 7시 5분 전에 종을 울린다. 성령교회와 시청 건물을 지나 코른 마르크트 광장에 이르면 황금빛을 띤 성모마리아 상이 보인다. 여기서 경사진 길로 올라가야 하이델베르크 성과 전망대에 이르는 푸니쿨라(계단식 산악열차)를 타는 곳이 나온다.
푸니쿨라는 세 곳에서 정차한다. 하이델베르크 성에 가고 싶다면 슐로스(성)에서 내리면 된다. 올라가는 동안 사방이 막혀 있으니 좋은 자리를 다툴 필요는 없다. 해발 500m 정상인 쾨니히슈툴에 오르기 위해 몰켄쿠어에서 바로 옆 푸니쿨라로 갈아탔다. 정상에 오르자 하이델베르크 시내가 훤히 보인다. 눈을 돌리면 하늘로 뻗은 숲 사이로 오솔길이다. 게르만 민족의 이동로 중 일부란다. 몰켄쿠어에서 정상까지는 오래된 푸니쿨라가 운행하는데, 경치마저 훌륭해 푸니쿨라의 고향인 스위스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몰켄쿠어(Molkenkur)라는 이름은 염소 젖으로 만든 치료약에서 비롯됐다. 우습게도 몰켄쿠어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지켜보니 직선 거리로 1㎞ 정도 떨어진 정상까지 등산을 즐기려는 건강한 사람들이다.
하이델베르크 성.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많은 군주를 거치면서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들어섰다. 성 내부 곳곳에는 폭격의 흔적이 남아 있다. 현재 남은 가장 오래된 건물은 루프레히트 건축물로 14세기의 것이고, 성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졌다. 건축물들은 꽤 큰 정원을 둘러싸고 있고, 성 아래로 내려가면 카를 테오도어 군주가 만든 거대한 와인통이 있다. 세금으로 걷은 와인을 저장하는 용도로, 길이 9m, 높이 8m인 와인통은 22만1726ℓ를 저장할 수 있다.
여행정보
# 프랑크푸르트: 루프트한자 독일항공(www.lufthansa-korea.com)이 매일 한 차례 운항한다. 기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플라이넷 서비스를 제공하니 확인하고 가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한국보다 8시간 느리지만 서머타임(3∼9월)이 적용돼 7시간 느리다. 예를 들어 한국이 오후 3시면 프랑크푸르트는 오전 8시.
◇아인하르트 바실리카 |
Seligenstadt 젤링겐슈타트
행복과 풍요 보장된 ''축복 받은 도시''
젤링겐은 전형적인 독일의 전원 도시로 여행객들의 발길은 상대적으로 뜸하다. 이곳 땅을 부여받은 아인하르트가 로마의 바실리카(법정, 교회 등으로 사용된 장방형 회당)를 그대로 옮겨온 뒤부터 ‘행복과 풍요가 보장된 도시’로 통했다.
이름을 우리말로 풀자면 ‘축복 받은 도시’. 수도원은 바실리카에 붙어 있다. 처음 세워진 교회 건물은 프랑스 카롤링거 왕조의 양식을 따랐지만, 시간이 흐르며 고딕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의 건물이 들어섰다. 1868년과 1937년, 두 차례에 걸쳐 크게 보수된 뒤 지금까지 외양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이미 200여년 전에 종교와 분리된 이 건물들은 현재 시에서 운영하고 관리한다. 오래전 수도원 안에서 먹을거리를 모두 생산했기에 밭에는 여전히 여러 채소들을 심어뒀고, 조그만 동물농장에는 양과 닭 등을 풀어놨다. 채소밭을 가만히 지켜보자니 해골 모양이 새겨져 있다. 독을 품은 채소란다. 인근 주민은 수도원의 규율이 어느 곳보다 엄격했다고 설명했다. 수도원 한켠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블라인드 데이트라는 작은 전시회도 열고 있다.
인구래야 2만명쯤 되는 도시 양 끝에 망루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었다고 한다. 마인 강변을 거닐다 보니 철선이 강을 건널 채비를 하고 있다. 유럽에서 수도원이 있는 곳이 그렇듯 강 건너에 포도 농장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와인보다 베네딕트 수도원이 영향력을 행사할 때부터 만들어온 43도짜리 몰트 위스키와 글라프가의 맥주가 더 유명하다. 둘 다 20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위스키의 향이 독특하고 맛이 달콤해 제조법을 물었더니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톡 쏜다. 한 병에 16유로니 그다지 비싸지도 않다. 여행을 나서기 전부터 “독일은 지방 도시의 맥주가 더 맛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글라프 맥주를 한 잔 들이켜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원목으로 지탱하는 독일 전통 가옥과 그 사이로 난 좁고 아기자기한 골목길, 수백년 동안 조그만 마을을 보호해 온 망루, 장이 서는 소박한 광장 풍경은 여유롭다. 여성인 다크마어 논아담스 시장은 “아버지가 한국 전쟁이 끝난 뒤 부산에서 의료 봉사를 했었고 전 시장의 부인도 한국 사람이었다”며 “이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젤링겐슈타트에 찾아올 여행객을 위해 한국어 안내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밀텐베르크까지 간 뒤 버스로 갈아 탄다. 30분 소요. 홈페이지(www.seligenstadt.de) 참고.
◇개구리 전설이 얽힌 뷔딩겐에는 유난히 개구리와 관련된 그림이나 조각상이 많다 |
Buedingen 뷔딩겐
축포와 웃음이 있는 ''개구리 마을''
뷔딩겐은 프랑크푸르트에서 45㎞ 떨어져 있다. 해자와 성이 있는 이곳은 개구리 마을로 통한다. 개구리를 뜻하는 독일 방언 ‘프라아슈(Fraaasch)’는 뷔딩겐 사람들을 이르는 별명. 개구리에 얽힌 전설과 성이 지어진 습지에 개구리가 많기 때문인데, 개구리의 조각과 그림이 성 안팎 이곳저곳에서 눈에 띈다.
마을을 지나 성문에 다다르면 축포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들린다. 나이 지긋한 마을 사람들이 기사 복장을 하고선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망루에서는 흰옷으로 갈아입은 보초들이 총을 쏘며 여행객을 환영한다. 모두 개구리 전설에서 비롯된 이벤트.
1522년 안톤 백작이 명망 높은 집안의 딸과 결혼식을 올린 뒤 뷔딩겐으로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을 열렬히 환영했다. 환영식의 하나가 축포. 환영 만찬이 끝나고 신혼방에 누운 백작 부인은 개구리 울음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백작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결혼도 무효라고 엄포를 놨다. 우여곡절 끝에 마을 사람들은 개구리를 강물에 버려 백작 부인이 편히 잘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자신을 역사가라고 소개한 피터 데커씨는 “마을 사람들은 이런 해프닝을 자랑스럽게 여겼다”며 “지금에 와서 개구리 잡기는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고 넉살 좋게 설명했다.
개구리 전설은 싱겁지만 마을 연극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망루의 왼쪽에 자리한 마녀 타워 안에서는 마녀 사냥과 관련한 연극판이 열린다. 실제 무고한 마을 사람들이 고문을 당하고 처형된 장소라서 그런지 배우도 관객도 진지하다.
망루를 지나 성큼 마차에 올랐다. 돌길이라 꽤 요동친다. 돌이 이리도 흔한데 마을 건물들은 나무와 흙으로 만들어졌다. 돌들을 모아 성을 짓다 보니 집에는 돌을 많이 쓸 수 없었다는 것.
마차에서 내리자 고딕 양식의 중세 성이 기다린다. 슐로스 뷔딩겐이다. 붉은 수염으로 유명한 프레데리크 바바로사 왕 때 지어진 성으로, 아이젠베르크와 뷔딩겐을 다스리던 집안의 공주가 1258년부터 이 성에서 살았다고 한다. 현재 1만명이 살고 있는 뷔딩겐은 중세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볼거리다. 8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성에서 결혼식을 올리거나 잠을 청할 수도 있으니 꽤 낭만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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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로 45분 거리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겔른하우젠까지 간 뒤 버스로 갈아 탄다. 1시간 소요. 홈페이지(www.buedingen-touristik.de) 참조.
프랑크푸르트=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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