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우려면 우선 주인으로서 개를 복종시켜야 한다. 개와 같은 과에 속하는 늑대를 보면 본능적으로 무리에서의 서열을 중시한다. 개도 이와 비슷하다. 개는 자신이 복종하는 주인의 말만 듣는다. 이 같은 복종 관계는 예전에는 집 안에 사는 사람과 바깥에 사는 개라는 생활공간의 차이 등에 따라 확실하게 세워졌다.
그러나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등으로 주거환경이 바뀌면서 주인과 개의 생활공간이 같아지고, 귀엽다는 이유로 무조건 친밀하게 대하는 태도로 바뀌면서 이 같은 복종 관계가 희미해졌다. 이에 따라 일부 개는 본능적으로 주인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고 말을 듣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인의 지나친 사랑이 결국 키우는 사람과 개 모두 힘들게 하고 만 것.
말 잘 듣는 개는 단호한 지적과 즉각적인 보상에서 태어난다. 예를 들어 슬리퍼를 씹고 있는 개에게는 “안돼”라고 딱 한마디로 지적해야 한다. 개를 앞에 두고 이러쿵저러쿵 혼내는 말을 하면 개는 혼란스러워 할 뿐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개의 행동은 사람의 말을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반복 학습의 결과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개가 지적을 받은 뒤 곧 슬리퍼를 씹지 않으면 즉시(2초 내에) 웃는 얼굴로 쓰다듬는 등 확실하게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 처음에 개가 어리다고 나쁜 버릇을 관대하게 넘기다 보면 나중에 고칠 때 훨씬 큰 어려움을 줄 뿐이다. 지적과 보상이 정확하게 전달돼야 훈련 효과도 높아진다.
배변은 강아지 훈련의 첫 관문. 강아지는 식사 후 10분 정도 지나면 배변하는 습성이 있다. 식후 집 안 일정한 장소를 중심으로 넓게 신문지를 깔아 놓은 뒤 강아지를 신문지 위로 데려가 일을 보게 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신문지를 까는 면적을 줄여 나가면 개는 자신의 배변 장소를 기억할 수 있다. 배변을 잘 가리면 칭찬해주고 다른 장소에 하면 단호하게 지적해준다.
연령별로 훈련 수준을 단계별로 높인다. 보통 개들은 생후 두 달 정도에 분양돼 새집으로 오는데, 바뀐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2∼3일 정도 준다. 이 기간에는 훈련 강도를 낮게 잡고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생후 서너 달까지는 배변 훈련과 복종 관계를 숙지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5개월부터는 기본적인 행동 명령을 가르친다. 개의 인지 능력은 사람의 말투와 억양을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령은 짧고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 명령과 동작을 병행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일어서”라고 명령할 때 손을 들어올리거나, “앉아”라고 말할 때는 상체를 숙이는 등의 요령이 있다.
훈련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귀찮게 하는 개, 말을 듣지 않는 개 등은 주인은 물론 가족과 방문자에게도 골칫거리다. 이럴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 주인의 서열이 높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시켜야 한다. 또 훈련을 통해 버릇을 고칠 수 있다는 확신도 가져야 한다. 개가 귀찮게 하고 관심을 끌려고 하면 단호하게 “가만히 있어”라고 말해야 한다. 불쌍하다고 쓰다듬으면 개는 주인을 오해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말 듣지 않는 개는 개선될 때까지 이유 없이 쓰다듬지 않는다. 친밀한 것은 좋지만 주인을 자신과 같은 서열로 인지하면 이 같은 친밀함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럴 땐 보상받을 만한 행동에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좋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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