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주인공은 시내(24·본명 이시내). 라이브클럽에서 뛰어난 가창력으로 음반제작자의 눈에 띄어 전격 발탁된 신인 여가수다. 시내가 부르는 노래에 흠뻑 반해 이 자리까지 서게 한 이는 다름 아닌 ‘비오는 날의 수채화’로 유명한 7080 가수 강인원(50)이다.
음반제작자로 변신한 그는 “시내는 한마디로 라이브 무대의 보석 같은 실력파 가수”라면서 “언더그라운드에서 그냥 묻히기는 아까워 함께 음반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데뷔 앨범 타이틀곡 ‘죽을 만큼’은 시내의 슬픈 감정 표현과 허스키한 음색이 조화를 이뤄 듣는 이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신인 남성듀오 ‘솔트’가 피처링에 참여한 이 노래는 사랑하는 연인이 헤어져 이별의 아픔을 겪는 애절한 가사가 돋보인다. “음악은 큰 흐름이 있어요. 유행하는 장르를 따라 간다고 해서 대중이 식상해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좋다고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시내는 지난 23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타이틀곡 ‘죽을 만큼’으로 대중 앞에 나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내 눈물을 알까요’ ‘돌아와’ 등 다른 신곡에서도 파워 있고 잘 다듬어진 가창력을 자랑한다. 시내는 끊임없는 연습으로 본래의 미성을 허스키로 바꿨고, 원하는 대로 소리를 내는 장점을 지녔다.
강인원이 직접 작사·작곡하고도 주목 받지 못했던 이상은의 ‘해피버스데이’와 이승철의 ‘용서해줘’, 우순실의 ‘커튼을 젖히면’ 등 3곡을 자신의 색깔로 재해석해 불렀다. 또 솔트의 신곡 ‘한참 동안’을 게스트 트랙으로 수록해 후배를 배려하는 인간적인 면을 보이기도 했다. 앨범에는 10곡의 신곡과 3곡의 리메이크 등 총 13곡이 수록돼 있다.
“좋은 노래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묻혀 버리면 아깝잖아요.” 시내는 언더 시절 대중에게 잊힐 뻔했던 노래를 찾아내 라이브 무대에서 선보이며 팬들의 기억을 되살려내곤 했다. 시내의 지극한 음악 사랑은 앨범 속 리메이크곡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1년 동안 고생하며 만든 음반을 폐기했을 때 가장 속상했어요.” 시내는 지난해 말 첫 음반을 모니터링한 결과 네티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게 나오자 모두 폐기하고 3개월 동안 새로운 곡을 받아 매일 밤새워가며 다시 녹음했다. 그래서인지 새 앨범은 발라드에서 펑키록까지 곡 전반에 걸쳐 원숙한 음악의 완성도가 엿보인다. ‘죽을 만큼’ 등 전곡의 음원은 지난 21일 Maxmp3, 쥬크온, 네이트 등을 통해 먼저 출시돼 현재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교통사고로 일찍 아버지를 잃은 외동딸 시내는 고3 때 어머니(47)와 함께 라이브클럽에 놀러 갔다가 우연한 계기로 가수가 됐다. 무대에서 부른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로 노래 실력을 인정받아 그때부터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학에 들어가 밴드 활동을 하면서 밤에는 라이브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다. 3년 전에는 어머니마저 미국으로 이민을 가 지금은 혼자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 “엄마의 인생은 따로 있잖아요. 같이 가자고 저를 엄청나게 설득했지만 음악 때문에 결국 여기에 남았죠.”
시내는 다음달 중순쯤 앨범이 발매되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글 추영준, 사진 남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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