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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거칠 것이 없어라…소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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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전망, 소양호·파라호가 한눈에 겨울 산이 거추장스런 옷을 벗어 던지고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매서운 칼바람을 무릅쓰고 겨울 산행을 만끽하는 묘미는 막힘이 없는 조망과 아름다운 설경을 보는 즐거움일 것이다.
정상에서 호수라도 내려다보인다면 기쁨은 배가될 수 있다. 호수에 두꺼운 얼음이 얼었든 그냥 푸른 물이 가득하든 그건 상관없다.
강원 양구군 양구읍, 화천군 간동면, 춘천시 북산면 등 3개 시·군이 경계를 이루는 사명산(四明山)은 겨울 호수를 즐길 수 있어 일품이다.
아직 겨울 초입이라서 많은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해발 1198m의 사명산은 가히 양구의 명산답게 전망이 일망무제로 탁 트였다.
돌짝길, 가파른 능선을 오르며 미끄러짐과 씨름하는 것도 육산 특유의 별미다.
사명산은 옛날 이 산에 오르면 양구, 화천, 춘천, 인제 등 4개 지역의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던가.
정상에 올라 양구 쪽으로 몸을 돌리면 국내 최대 인공호수인 소양호가 보이고, 시선을 화천 쪽으로 조금 옮기면 전형적 계곡형 댐인 파라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두 거대 호수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산의 백미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남춘천역까지 무궁화호가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사명산 들머리인 웅진리까지는 버스로 1시간10분. 웅진리를 시발점으로 삼을 경우 주능선∼1162m봉∼정상에 이르는 산행 시간은 3시간 정도다.
웅진리에서 하나뿐인 가게 웅진상회를 지나 40여분 오르면 신흥사 말사인 선정사에 닿는다. 작고 아담한 이 절은 지은 지 40년밖에 안 됐지만 산신각, 칠성각 등이 들어서 토속신앙을 잘 아우르고 있다. 절을 방문하면 산신령처럼 생긴 주지 용감(78) 스님이 친절하게 반긴다. 용감 스님은 과거 기 치료로 명성을 얻은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들려준다.
선정사에서 10여분 오르면 왼편으로 이 절에 딸린 용수암이 나오고, 오른편으로 철망으로 된 출입문이 보인다. 이곳에서 직진해 오르노라면 20분가량 돌자갈이 밟힌다. 이른바 서덜 지대다. 돌서덜을 통과하니 사명산을 휘감아도는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면 다시 등산로가 있는 계곡과 만난다. 능선 길엔 나뭇가지들이 서로 맞닿아 있다.
여름에는 나무숲이 터널을 이뤄 사명산을 오르는 동안 하늘을 단 한 차례도 볼 수 없을 듯싶다. 사명산엔 기암괴석은 없지만, 여기저기 사슴, 여신 등 다양한 형상을 한 나목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30여평 규모의 공터(헬기장)와 군시설 안테나가 나오는 1162m봉에서 1.3㎞ 더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도 공터(헬기장)이 있고, 정상은 3평 규모의 바위로 돼 있다. 바위에 서니 휘둘러보는 조망이 막힘이 없다. 남으로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소양호가 펼쳐져 있고, 화천 쪽에 파라호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능선 너머로 부용산에서 오봉산을 거쳐 용화산으로 이어지는 산릉들이 파도처럼 굼실댄다. 사명산 정수리에는 동서남북 방향을 알리는 좌표만 있지만, 양구군청에서 곧 표지석을 세울 예정이다.

◇사명산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나목을 만나게 된다.


하산은 선정사로 되돌아가는 길과 1162m봉에서 남릉을 타고 추곡약수터에 이르는 길이 있으나, 두 코스의 중간쯤에 비탈길을 따라 수인리로 빠지는 등산로가 개발 중이다.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산이어서 표지판이 없는 게 흠이다. 100년 전 발견됐다는 알싸한 맛의 추곡약수를 맛보려면 약수터 코스를 택해야 한다.
정상에서 1162m봉까지 내려와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타고 내려간다. 하산길에는 소양호가 다양한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계곡과 송림, 갖가지 기이한 형상의 나무들은 하산 길을 들뜨게 한다. 설혹 추곡약수 길을 잃었다 해도 산을 올랐던 선정사와 추곡약수터의 중간지점인 수인리에 닿으니 염려할 것은 없다. 길이 가파른 것이 좀 흠이다.
아름드리 노송군락과 화전민터 등을 지나며 25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 내리막길을 타고 흥덕사를 거쳐 수인리로 내려올 수도 있지만, 계속 주능선을 타야 추곡약수에 닿는다. 물맛이 설악산 오색약수처럼 알싸하고 진하다.
웅진리를 출발해 선정사∼용수암∼숯가마터 위 지능선∼1162m봉∼정상∼1162m봉∼문바위∼운수현 방면 주능선 삼거리∼추곡약수에 이르는 산행 거리는 약 16㎞로 6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사명산(양구)=글·사진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교통 및 숙박
청량리역∼남춘천역 무궁화호 5000원, 통일호 2700원 2시간 소요.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양구 웅진리 직행버스 4900원. 1시간10분 소요. 남춘천역에서 춘천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택시요금 2100원. 청량리역에서 남춘천역 열차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춘천∼양구행 버스는 오전 7시10분부터 하루 14회 운행한다. 추곡약수터에는 옛날밥집(033-243-2728), 산채백반식당(033-244-4842) 등 몇몇 집이 겨울철에도 식사와 민박을 제공한다. 열차안내 (02)1544-7788, 양구군청 환경산림과 (033)481-2191.
>>겨울 산 유의할 점
겨울 산행이라 따뜻한 옷을 착용하고 나서야 한다. 내복이나 내복형 스타킹을 입고 가면 좋다.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준비해 가면 혹여 정상에서나 휴식을 취할 때 체온이 떨어지는 것에 대비할 수 있다. 여기저기 눈 쌓인 곳이 많아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아이젠이 필수다. 아이젠이 없어도 오를 수는 있지만, 착용한다면 그만큼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눈에 바짓가랑이가 젖으면 얼어붙을 수 있어 스패츠(각반)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양구군청에서는 사명산 등산로를 본격 개발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등산로 곳곳에 이정표를 세우고 정상에 ‘표지석’도 만들어 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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