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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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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12-13 13:15:00 수정 : 2005-12-13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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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의 학술논문자료에 대한 한 미국 과학관련 단체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이언스’와 숙적 ‘네이처’가 11개 주요 과학 분야 모두에서 최고로 ‘영향력 있는’ 과학저널들로 함께 꼽혔다. ‘사이언스’ 및 ‘네이처’와 같이 많이 인용되는 저널에 논문이 실리면, 저자들에게는 승진 혜택, 연구비 증가와 함께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사회적 관심이 뒤따른다.
‘사이언스’는 1880년 미국 뉴욕의 언론인이 발명왕 에디슨과 벨의 지원을 받아 창간한 전문과학저널이다. 초기에는 구독자가 많지 않아 여러 차례 발행과 폐간을 거듭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900년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공식적인 과학저널로 탈바꿈한 후 ‘사이언스’는 13만명의 구독자, 100만명의 독자를 가진 미국 과학을 대표하는 저널로 자리 잡았다.
과학저널은 과학진보를 도모하기 위해 새로운 창의적 연구결과에 대한 논문들을 수록한다. 많은 과학저널이 매우 전문화되는 반면에, ‘사이언스’와 같이 오래된 저널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우주과학 등 종합과학을 넓게 다룬다. 모건의 초파리유전자, 아인슈타인의 중력렌즈, 허블의 게성운, 아폴로 계획에 대한 대표적인 논문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초기 명성과 권위를 쌓는 데 공헌하였다. ‘사이언스’는 해마다 1000편 안팎의 과학 관련 논문을 싣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황우석 교수의 2004년 인간 배아 줄기세포와 2005년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논문도 바로 이 ‘사이언스’에 실렸다.
‘사이언스’와 같이 권위 있는 저널은 최고의 질적 수준과 과학적 타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1차 편집자, 2차 외부 전문가에 의한 매우 엄격한 논문 선정 과정을 거친다. 논문에는 상세한 계산 또는 실험내용이 과학적으로 기술되어 있어야 하며, 향후 독립적 연구와 반복된 계산 또는 실험을 통해 그 결과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엄격한 품질관리 과정을 통과한 논문만이 보편성과 타당성을 인정받고, 영원히 과학적 기록의 일부분으로 남게 된다. ‘사이언스’에 투고된 논문 중 단지 10% 미만의 논문만이 이 시험을 통과한다.
과학은 객관적이지만 과학저널은 각기 다른 출판기준이 있다. ‘사이언스’는 일반인에게 미치는 사회적 파급효과도 고려하며, 미국 과학계를 대표하는 정치적 성향도 띠고 있다. 따라서 논문의 출판에는 편집자 의도, 인맥, 잡지 간 경쟁, 지역성 등이 작용하며, 의외로 허술한 심사과정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얀 헨드릭 쇤은 독일 출신 물리학자로 2000년 이후 ‘사이언스’에 8개, 경쟁지 ‘네이처’에 7개 논문을 연이어 실으며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두 다른 실험의 그래프가 똑같은 잡음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소속 벨연구소의 검증을 받게 되었다. 실수라는 그의 주장에도, 원본 데이터파일의 삭제, 실험샘플의 훼손 등 이어지는 조작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벨연구소의 조사보고서가 나오던 날 그는 해고되었고, 모든 논문의 취소와 박사학위 환수가 이어졌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국 과학저널의 수준은 편집자, 심사자, 저자의 질적 수준의 탁월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과학저널의 권위는 탁월성에 대한 평판으로 주어진다. 새로운 ‘연구개발의 허브’로 떠오르는 아시아에서도 이러한 권위를 가진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필적하는 과학저널을 만들어 보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지만, 이는 그리 쉬운 과제가 아니다. 신규 저널은 평판의 진입장벽이 높고, 권위의 확보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100년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과학계의 힘을 결집하고, 관련 기관의 지원과 범아시아 협력을 통해 언젠가 아시아에서도 영향력 있는 과학저널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김승환 포항공대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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