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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원예기업 외국공세에 전멸

입력 : 2005-10-12 14:53:00 수정 : 2005-10-12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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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로열티 문제가 원예작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토종기업을 키우지 못한 국내 육종의 역사와 무관치 않다. 외국기업과 겨룰 육종 기업이 없다 보니 국가기관이 관심을 쏟는 벼, 보리 등 식량작물과 달리 장미, 국화 등에선 외국계와 경쟁할 기본 유전자원이 태부족이다. 반면 삶의 질을 중시하는 ‘웰빙’ 무드 속에 국내 화훼류 시장은 날로 비대해지고 있다. 화훼류의 로열티 공세가 거세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외국 자본에 넘어간 4대 종묘회사=근대적 육종 개념이 국내에 뿌리내린 원년은 우장춘 박사가 초대 원예연구소장을 맡은 1949년. 국내 육종산업은 이어 73년 종묘관리법 제정으로 현대화의 전기를 맞았다.
그러나 국가가 식량작물 등을 중심으로 육종을 주도하다 보니 예산지원을 받는 연구기관들은 실적 부담으로 즉각적인 시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개발을 중단하기 일쑤였다.
‘통일벼’가 주목받던 새마을운동 시절에 식량자원도 아닌 화훼류 신품종 개발에 10여년씩 매달리는 연구는 사회 분위기상 환영받기도 힘들었다.
원예작물 품종개발이 부진했던 것은 이같은 구조의 부산물이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육종기업이나 개인 육종가가 자리잡을 여지도 없었다.
그런 여건 속에서 그나마 어렵게 역량을 키워오던 국내 관련기업들은 다국적기업이 국내 종묘회사 인수에 착수한 97년부터 국가적 무관심 속에 외국자본에 ‘싹쓸이’ 식으로 흡수됐다.
실제로 청원종묘는 97년 일본의 사카타에,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는 98년 멕시코의 세미니스에, 서울종묘는 99년 스위스 노바티스에 차례로 넘어갔다.
4대 종묘회사의 외국계 흡수로 육종기업의 기반이 사실상 와해돼 외국의 본격 공세에 맞서 싸울 민간부문의 무장이 전면해제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졌다.
◆악순환의 고리=정부 육종기관들은 인력·예산 부족으로 고민하다 보니 신품종의 시장 반응에 예민하게 마련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불요불급한 분야에 계속 투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원예시장은 국산 신품종에 호의적이지 못하다. 일반 소비자가 장미나 국화, 카네이션 등의 ‘국적’에 무관심한데다 국내 유통시장은 취급 물량이 많지 않은 국산에 비우호적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품종의 물량이 적을 경우 경매시장에서 취급해 주지도 않는다.
원예연구소가 올해부터 8개 작목의 신품종 개발을 중단키로 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지금까지 23개 품종이 개발됐지만 보급이 거의 안 되는 국산 카네이션도 신품종 개발이 중단됐다.
이로써 카네이션 시장은 앞으로 외국산이 판치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종자 가격이 앞으로 급속히 오를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글라디올러스는 24개 품종을 개발했지만 구근(알뿌리)을 생산하는 종묘회사가 없어 농가 보급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묘책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1%에도 못 미치는 시장점유율=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산 화훼류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짧은 육종기간과 열악한 여건을 무릅쓰고 247개 품종이 등록됐지만 보급률은 매우 낮다. 장미, 국화, 백합 등 우리에게 친숙한 꽃들도 국산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하나같이 1%선을 밑돈다. 그래서 공식집계상 시장점유율은 대부분 1%다.
길거리나 카페에서 연인들이 주고받는 장미들은 알고 보면 대부분 외제 종자로 재배된 ‘명품장미’들이다.
국내에서 소요되는 장미 묘목은 연 1200만주. 그러나 국산 묘목은 국내 필요량의 0.8%에 그치는 10만주가 생산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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