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스트로가츠 교수가 처음 제안한 재미있는 예로 두 젊은 연인들 간의 사랑의 방정식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두 주인공 이야기가 약간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변덕스러운 줄리엣은 로미오가 사랑하면 싫어하고, 로미오가 무관심해지면 오히려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로미오는 좀 더 줄리엣의 감정에 충실하다. 즉 줄리엣이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고, 미워하는 만큼 미워한다. 이 경우 두 연인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두 연인의 사랑이라는 변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 가를 수학적으로 상미분방정식 형태로 표현한 것이 사랑의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을 풀어보면, 두 연인의 사랑은 끝없는 사랑과 미움의 주기적 사이클로 귀결된다. 즉 로미오의 사랑은 줄리엣을 차갑게 만들고, 이에 낙담한 로미오의 사랑도 함께 식는다. 그러면 다시 줄리엣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로미오의 사랑도 회복된다. 그리고 이 과정이 주기적으로 계속 반복된다. 두 연인이 함께 한 시간의 4분의1 동안에만 동시에 사랑하고 있는 셈이다.
위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혹은 미움)은 자연계와 생태계에 흔히 만들어지는 주기적인 리듬의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생태계에서 먹이와 천적 간에도 이와 같은 원리로 주기적인 사이클이 생겨날 수 있다. 간단한 예로 먹이인 토끼와 천적인 살쾡이 두 집단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생태계를 가정해보자. 과연 토끼와 살쾡이는 멸종되지 않고 개체가 유지될 수 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유사한 모형에 의하면 토끼가 늘면 살쾡이가 따라 늘고, 천적의 급증에 따라 토끼가 줄어든다. 먹이의 부족으로 살쾡이가 줄어들게 되면 토끼가 다시 늘기 시작한다. 이러한 먹이와 천적의 사이클이 반복되며 이들은 생태계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다.
괘종시계의 시계추 운동과 같이 단진자의 문제에서도 같은 원리로 주기적인 진동이 생겨난다. 시계추의 위치는 로미오(또는 토끼)에 해당하고, 시계추의 속도는 줄리엣(또는 살쾡이)에 해당한다. 시계추의 위치와 속도가 만들어내는 주기적인 리듬, 이 다소 딱딱해 보이는 물리학의 문제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사이클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자연계의 주기적인 리듬 형성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많은 역학계, 화학반응계, 초전도소자, 레이저, 플라즈마 뿐 아니라 신경소자, 심장세포, 반딧불이 등의 생체계에서 관찰되며 사랑방정식과 확장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현실 속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각각의 사랑에 대해 서로 비례하는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사랑도 무한하게 커질 수 없다. 사랑방정식의 현실적 확장을 위해서는 사랑에 대한 반응의 비선형성을 도입하여야 한다. 비선형동역학 이론에 의하면 이 경우 두 연인의 사랑이 매우 불규칙하고 비예측적인 변화(카오스라고 부름)를 보일 수도 있고, 초기 조건과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관계가 생겨난다.
두 연인의 문제에 한 사람이 더 개입하게 되면 전형적인 삼각관계가 된다. 이 삼각관계는 수많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서 그 복잡한 연인 관계의 가능성 때문에 수학적으로도 흥미로운 문제이다. 이와 유사한 자연계의 ‘삼체문제’(예를 들어 태양과 지구의 중력 하에서의 인공위성의 운동)는 푸인카레 등 당대의 저명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하지만 이 삼체문제는 그 엄청난 복잡성 때문에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물리학의 미스터리이다. 비선형성과 다체계(many-body system)를 다루는 새로운 수학적 방법론을 통해 다체계의 리듬 동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과학뿐 아니라 인간사회의 흥미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승환 포항공대 교수·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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