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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곱창전골 "사요나라라니요?"

입력 : 2005-05-17 16:35:00 수정 : 2005-05-17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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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음악 마니아 일본인 사토 유키에씨
20일까지 강제출국 상황 처해
15일 신촌의 한 클럽. 무대 위엔 드럼과 기타, 건반 악기 대신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건(?)들이 놓여있다. 노트북과 믹서(다양한 주파수대의 음파를 조절, 혼합하는 장치), 밥그릇, 나무막대기, 꽥꽥이 오리 인형 등등. 어쿠스틱 반주에 맞춘 사토 유키에(42)씨의 열창이 울려 퍼진 후 공연은 각종 노이즈(잡음)와 전자음, 빨대피리 등 어쿠스틱 악기가 쥐어 짜내는 효과음으로 가득찼다. 청중들은 포화상태를 달려가는 사운드의 강렬함과 반복적 리듬에 압도된 듯 고개를 빳빳히 든 채 주의를 놓지 않는 모습이다.

신중현 헌정 밴드 ''곱창전골''의 리더인 사토 유키에씨가 이끄는 공연 프로젝트 ''불가사리''. 2003년도부터 시작해서 30여 회, 올해로 만 2년째를 맞고 있다. 인간에게는 쓸모없는 존재로 천대받지만 강한 자생력으로 바다 생태계의 한 부분을 묵묵히 담당하고 있는 불가사리처럼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전위 음악인들을 위한 무대이다.

공연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故 김대환, 강태환씨도 출연해 한때 멋진 프리 재즈(60년대에 본격화된 전위적인 재즈)를 보여주셨다. 주로 국내외의 일렉트로닉(신디사이저 등 전자악기를 이용한 음악)음악인들이 참여하는데 해외 아티스트들의 경우 본국에서는 상당한 지명도를 지닌 인물들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불가사리''가 최근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공연의 ''얼굴 마담''인 사토 유키에씨가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소으로부터 20일까지 한국을 떠나라고 통보받았습니다. 공연을 하면서 입장료를 받았는데 그게 결국 돈을 버는 영업활동에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개런티만 받지 않으면 되는 줄 알았다"는 그는 법을 어긴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입장료는 일반적으로 1만 원 안팎. 워낙 소수의 청중이 찾는 탓에 입장료 수입으로는 공연장 대관료를 지불하기도 어려워 사재를 털었다고 한다. 정부는 그런데도 벌금 300만원까지 물게 했다. 이러저리 그가 한국 정부에 야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그의 출국소식을 접한 팬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출국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지인들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역부족. 사토씨 또한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한다. 이번에 일본으로 떠나게 되면 적어도 1~2년간은 다시 한국땅을 밝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초기의 곱창전골 멤버들이 떠나가 혼자 한국에 남게 된 사토씨. 얼마 전부터 일본에 있는 친구 몇 명이 의기투합, ''곱창전골'' 2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그는 "한국의 70년대식 사이키델릭을 담은 오리지널 자작곡으로 본격 활동을 준비중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없다. 28일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산울림의 공연이 있는데 그것도 놓칠 판이다"며 고개를 저었다.

18일 홍대 앞 클럽 ''알바''에서는 ''불가사리''가 아닌 ''곱창전골''의 고별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그의 모습을 한국에서 계속 보고 싶은 이들은 ''불가사리'' 홈페이지에 접속해 함께 머리를 맞대면 된다. 주소는 http://www.bulgasari.co.kr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이창호 기자 tabulara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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