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생활, 누드 촬영 등 새로운 경험을 한 후에야 다시 `노래 부르는 여자''로돌아왔다. 그래서 5집 `5 5/5''(5와 5분의 5)는 요즘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고있다.
박혜경은 "어릴 땐 멋 모르고 노래했고, 중간엔 직업 의식으로, 지금은 노래로인해 내가 무척 `스페셜''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가수는 내게 안정감을 준다. 내 안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좋다"고 말했다.
가수…. 일상적으로 느꼈는데 새삼스레 소중함으로 다가왔단다. 그래서 5집의곡, 재킷, 마스터링 작업 때 최고만 고집했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타이틀 곡은 `서신''. 원곡은 일본의 싱어송 라이터인 가와구치 쿄고의 2003년히트곡 `사쿠라''다.
"일본 유학 생활 때 일본어 듣기 시험을 봤는데 문제로 `사쿠라''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 듣고 진짜로 눈물이 났다. 단순한 멜로디가 폐부를 찌르는 감동을 줬다. 그래서 작년 가와구치의 소속사인 워너뮤직 재팬에 직접 찾아가 사용 허가를 받아냈다.
전세계적으로 1년도 채 안된 곡을 리메이크 허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클래식하면서도 도발적인 이중 매력을 풍기는 재킷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롭다. 박혜경의 재킷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체코의 원로 사진작가 얀 샤우덱의 작품.
사진 뒷 배경에 그림을 그려넣는 독특한 스타일로 박혜경을 사로잡았다.
"원래 얀 샤우덱의 팬이어서 재킷 작업을 부탁하는 편지를 체코에 보냈다. 노래를 듣고 싶다는 답이 와 보내드렸더니 `스페셜''하다며 함께 작업하자셨다. 그의 사진은 한장에 수천 만원을 호가한다. 말도 안되는 가격에 촬영했는데 음반 자체의 소장 가치가 높아져 무척 만족스럽다.(웃음) 작년 9, 10월에 걸쳐 촬영했다." 이쯤되니 점점 욕심이 더해졌나보다. 체코에서 촬영해온 뮤직비디오가 `서신''컨셉트와 맞지 않아 한국에서 재촬영 했다.
또 음반 후반작업도 미국 스털링 사운드에 맡겼다. 스털링 사운드는 최고 마스터링 스튜디오로 정평난 곳으로 메탈리카, 에릭 클랩튼,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음반으로 수백 개의 그래미상을 배출한 곳이다.
그렇다면 외부적인 완성도만 높였을까. 박혜경은 자신 안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시도했다. 음역대가 높아 고음이 매력이던 창법은 키를 낮춰 한층 부드러운 음색으로 변했다. 이지 리스닝 계열의 `단짝'',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무지개'',고음 창법을 자제하고 소울풍으로 부른 `Beautiful'', 가수 하림이 작곡한 1970년대브리티시 포크록 스타일의 `목동'' 등 음반 수록곡 대부분이 편안하게 들린다.
"지금껏 내 노래 특징은 음역대가 높아 지르는 부분이 많았다.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부르기 힘든 노래라던데 이번엔 아니다.(웃음) 음반 제목이 `5와 5분의 5''인것도 5집이지만 뭔가 다른 `플러스 알파''가 있다는 의미다. 예전 색깔 속에서 변화를 줬다는 의미도 된다." 밝고 씩씩해 보이지만 박혜경의 실제 성격은 정적인 편. "집에서 혼자 책을 하루 3권 읽을 때도 있다. 단편 에세이집, 동화 등 인생에 도움을 주는 책이 좋다. 내경험보다는 책과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상상을 통해 가사를 쓴다"고 했다.
1남 3녀 중 장녀여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강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이제 가수라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으니 큰딸로서 가족에게 마음도 더 쏟아야 할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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