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랑’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말고,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사건’ 중에 ‘범죄’와 ‘재난’만한 것이 없다. 그동안 방송된 ‘경찰청 사람들’ ‘사건 25시’ ‘긴급구조 119’ 등은 실제 범죄와 재난의 극화와 재연을 통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지나간 사건의 사후 극적 재구성은 시청자를 수동적인 관찰자의 입장에 머물게 한다.
‘리얼 TV…’ 역시 생중계가 아닌 이상 이미 발생한 사건이나 수사팀이 근무하는 도중 터지는 범죄를 다룰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간상으로 여타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경찰이 사건의 원인인 범인을 쫓는 사후 추적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방식에선 분명한 차이가 있다.
‘리얼 TV…’를 보는 시청자는 수사팀과 마찬가지로 아직 범인 추적의 결말을 알 수 없는 현재 상황에 놓인 것 같은 긴장감을 갖게 된다. 게다가 카메라가 늘 추적의 현장에 있기에 시청자는 수사팀의 일원으로 함께 사건을 풀어 가는 듯한 참여감도 느낀다. 전통적인 수사 프로그램이 ‘범죄’ 용의자를 추적하며 사냥감을 쫓는 듯한 긴박감과 단서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재구성해 나가는 추리의 재미를 동시에 주었다면, ‘리얼 TV…’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그동안 해외 방송가에선 미국의 ‘서바이버’나 프랑스의 ‘로프트 스토리’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작자가 엄청난 돈을 들여 치밀하게 설정해 놓은 시간·공간적 상황 속에 참여자들을 몰아 넣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자들을 실험실의 생쥐 관찰하듯 시청자가 즐기는 해외 프로그램에 비하면, iTV의 ‘리얼 TV…’ 같은 우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아직 순진하고 순수하기만 하다.
가공된 현장이 아니라 실제의 거친 현장에서 잡아내는 ‘리얼리티’. ‘리얼 TV…’처럼 그것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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