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교수는 “요즘엔 ‘두뇌한국 21’ 등 정부 지원으로 그나마 대학원생들이 외국학회에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처음엔 내 연구비를 쪼개 학회 참가비로 쓰기도 했다”고 그간의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제자들을 연이어 수상자로 배출한 지도 비결에 대해 논문의 주제를 세계적 연구 추세와 부합하도록 정하고 연구여건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의 요지도 영문으로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하나의 주제를 놓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탐구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 자신 역시 지난해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전문지인 ‘네이처 리뷰’ 10월호에 국내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식품화합물의 암예방 관련 총설논문을 게재한 권위자다. 2002년에도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발행하는 학술지 ‘JNCI’의 초청논단에 한국인 과학자론 처음 연구논문을 실어 주목 받기도 했다. 이 학술잡지들은 각국 학자들의 인용빈도가 높은 전문지로 게재논문은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다.
“두 전문지에 초청논문이 나간 이후 외국 학회의 연사로 여러 차례 불려갔어요. 뿐만 아니라 영국의 ‘캔서 레터’ 등 4개 암 관련 유명 전문지 편집위원과 국제학술지 심사위원으로도 초대받았죠.”
그의 연구는 식품화합물들이 체내에 흡수된 뒤 세포·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암예방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구명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세포내 신호전달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의 테마로 삼고 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연구성과에 대해 “서구 학자들이 연구대상으로 삼는 물질 외에 고추·생강·마늘 등 우리의 전통식품과 향신료에 함유된 성분이 발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많이 발표, 인정을 받았다”며 “이 때문에 요즘 식품 관련 회사로부터 집중적으로 공동연구 제의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대 약대에서 학·석사 과정을 마친 서 교수는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위스콘신대 맥가들 암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친 그는 예일대 조교수로 근무하다 지난 96년 귀국,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특히 맥가들 연구소가 배출한 세계적인 발암기전 전문가 고 제임스 밀러·엘리자베스 밀러 부부 교수의 마지막 제자이기도 하다.
도미 직전 결혼한 이영규(46·미 위스콘신대 MFA과정)씨와 사이에 아들(20)을 한명 둔 그는 MIT 시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으로서 심적 고충이 컸다고 회고했다. 취미로는 학창시절 야구를 즐겼지만, 요즘엔 가끔씩 여행을 즐긴단다.
한국인의 식생활과 관련, 그는 “우리 전통 식단은 암예방 차원에서 최상이지만 단지 절제하거나 짠 음식 등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 함유량이 높은 서구식 식품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독자부기자/sk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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