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은 있되 이를 활용하는 문화적 환경이 부재한 초기 상황에서 주로 발생하고, 익명성이라는 것과 네티즌 수의 급작스런 팽창 등이 디지털 레밍스를 양산하는 배경이 된다. 실제로 레밍스는 개체 수가 급증하면 떼로 몰려다니며 급작스런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툰드라 지역에 사는 쥐의 일종이다. 동화로 읽었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피리로 물리쳤던 그 쥐가 바로 레밍스이다.
최근 인터넷 문화에는 개성이 부족하다. 인터넷이란 매체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개개인의 다른 관심사를 각기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다 10억을 모아야 할 것 같고, 누구나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할 것 같고, 누구나 ‘얼짱 몸짱’이 되어야 할 것 같고, 누구나 창업을 해야 할 것 같고, 누구나 ‘웰빙족’이 되어야 할 것 같다. 한술 더 떠 사이버 테러에 맹목적으로 동참하고, ‘플래시 몹’이란 유희에 열광하고, 인터넷 폐인임을 즐기는 네티즌도 늘어만 간다.
인터넷 문화에서의 지독한 편식 현상과 유행만 맹목적으로 따르는 네티즌 문화가 팽배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인터넷은 네티즌들이 향유하는 그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이미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의 문화이다. 이제 인터넷에서도 문화적 정체성을 고민하고,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피리 소리가 점점 거세지길 바란다.
김용섭 (디지털칼럼니스트, www.webmedia.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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