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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읽기]자연은 수학으로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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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02-20 15:10:00 수정 : 2004-02-20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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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포항공대교수-물리학 갈릴레오는 “자연이라는 책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져 있다“고 말했다. 갈릴레오의 자연을 이해하는 정량적인 접근 방식은 현대 과학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그러나 400년이 지난 지금, 생명과학의 경우 최근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량적이고 수학적인 문화로의 진입을 탐색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생체는 생태계 군집, 개체, 뇌, 세포, 단백질, 염색체의 계층구조 속에서 각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도의 복잡성과 정교한 조절 기능을 구현해낸다. 한 예로 인간의 몸은 10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핵 내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염색체 속의 유전자는 우리의 생로병사 등 모든 생리현상을 조절,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간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후 밝혀진 유전자 수가 예상과는 달리 초파리의 두 배에 불과하였다. 놀랍게도 인간 기능의 복잡성은 유전자 수가 아니라 이들의 다기능 조합, 단백질과의 또는 단백질 간의 상호 작용 네트워크에 의해 발현된다.
20세기 자연과학의 흐름에서 실험적 연구는 항상 수학적 이론과 맞물려 발전해왔다. 반면 최근까지 생명과학 연구는 대부분 서술적인 접근에 머물렀으며, 주로 분자 차원의 해석에 국한되어 왔다. 하지만 직관적 이해가 어려운 생체 복잡성과 고도의 인간 기능의 경우에는 각 구성 요소뿐 아니라 상호작용에 대한 유기적이며 통합적인 접근과 함께 수학적 모형화와 정량적 분석을 도입하여 생명 연구를 ‘과학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의 생명과학 연구 흐름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저명한 과학전문잡지인 ‘사이언스’의 이달 호는 ‘생물학에서의 수학’이라는 특집에서 다양한 생명과학과 수학 결합의 성공 사례를 들고 있다. 유전공학, 단백질공학 등 생명정보학의 흩어져 있는 데이터 속에서 숨은 패턴 찾기,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등 전염병의 확산, 사람의 하루 주기 리듬과 생체 시계, 심장의 불규칙한 박동 제어, 세포 내 다양한 신호전달 네트워크의 동역학 등에 수학이 활용된다.
“생명과학 분야의 노벨상은 화학이, 화학은 물리가, 물리는 수학이 받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생명과학의 발전과 응용이 수학과 물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수학은 물리와 함께 학생과 일반 대중에게 어렵다고 인식되고 있고, 입시지향적인 중등교육에서 이들 기초과목의 심화교육은 기피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생명과학 분야 지망 학생의 경우 더욱 그러하며, 현재 대학의 세분화된 과학 교육은 ‘수학을 아는 생명과학자’, ‘생명과학을 아는 수학자와 물리학자’를 만들기가 어렵다.
과학 패러다임의 격변기에 생명과학과 다른 기초과학 분야 간의 경계에서 젊은 과학도들의 도전 과제는 무수히 많다. 이들이 폭넓고 유연한 사고와 수학적 정량적 해석을 무기로 학문 간의 오랜 ‘DMZ 장벽’을 허무는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생명과학과 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의 학제간 연계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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