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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싶다]③전남 임자도-허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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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3-07-10 11:03:00 수정 : 2003-07-10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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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새 모래들의 속살거림… 임자도는 무안군 해제와 신안군 지도 간에 연륙교가 세워지고 지도읍 점암과 임자도를 잇는 배가 뜨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토질이 사양토로 예부터 들깨가 많이 생산돼 임자도(荏子島)라 했다 한다. 행정구역은 전남 신안군 임자면. 신안군 지도 점암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20분도 채 안돼 임자면 진리선착장에 닿는다. 선착장에는 왼편으로 드넓은 갯벌이 있고 가운데로 물이 흘러 마치 마을로 들어가는 길처럼 보인다. 부드러운 갯벌에 만들어진 길은 외지인을 반기는 것 같은 정겨운 느낌을 준다.
임자도는 해변에 기암괴석이 있거나 풍광이 특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들이 잘 빠진 처녀 몸매처럼 날씬하고 예쁘다. 보통은 산과 산이 완만하게 이어져 있는 데 반해 이곳은 산 하나하나를 만들어 세워놓은 것 같다. 섬에 있는 산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산에도 나무들이 키가 크지 않아 오히려 단정해 보인다. 이런 산에서 이는 바람이어선지, 아니면 비 갠 뒤여선지 바닷가이면서도 비릿한 갯내보다는 삽상한 바람이 불어온다. 논에 일렁이는 벼들도 푸름을 더한다.
임자도 대광해수욕장도 상큼한 기분이 이어진다. 넓어서 시원하고 백사장이 완만해 부드럽다. 진리선착장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인 대광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은 무려 12㎞-.

설마 그렇게 길까 싶어도 실제 가보면 끝인가 싶은 곳에서 다시 모래밭이 이어진다. 끝에서 끝까지 가려면 걸어서 1시간20분이나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해수욕장이다. 물빛이 파랗지 않아서 긴 백사장과 수평선이 만나 이루는 풍광이 오히려 운치 있다.
이달 26일부터 31일까지 이곳에서는 ''임자해변 모래체험 축제''가 열린다. 관광객들과 함께 모래성 쌓기대회, 모래조각작품 만들기대회, 쪽배타기 대회 등이 열리고 모래찜질 체험도 할 수 있다.
해수욕장 앞으로는 대태이도 혈도 어유도 바람막기도 고깔섬 육다리도 오유미도 등 이름도 예쁜 유-무인도들이 낚시꾼을 유혹한다.
임자면에 속한 많은 섬 중에서 허사도(許沙島)는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섬이다. 임자도와 분위기가 전혀 달라 임자도에 가면 꼭 들러볼 만한 섬이다. 임자도 하우리항에서 1시간 남짓 가야 하는데, 가는 뱃길에는 재원도 대노록도 소노록도 대허사도 소허사도 갈도 부남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인도인 이 섬들을 묶어 부남군도(扶南群島)라고 한다. 대부분 기암으로 이루어져 갖가지 형상들을 만들어 낸다. 곰모양의 바위, 아기호랑이 모양의 섬들을 보느라 고개가 아플 무렵 허사도가 나타난다.
대허사도가 먼저 나오고 소허사도가 바로 옆에 있다. 허사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은 목포에도 있고 해남에도 있는데, 이곳 신안군 허사도는 70년대 간첩 2명이 살다가 결국 모두 사살된 간첩단 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을 뿐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당시에는 대허사도를 비롯해 부남군도에 10여가구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대허사도나 소허사도나 모두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소허사도는 인간의 접근을 꺼리는 것처럼 뾰족하고 길쭉한 바위들이 담처럼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간 것이 억울하지 않을 만큼 섬은 아름답다. 중턱쯤에 가면 깎아지른 절벽과 그 너머 백사장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울린다. ''모래를 허락한 섬''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바위로 이루어진 이 섬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새하얀 모래밭이 있는 것은 해수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위섬과 어울리게 하기 위해 조물주가 안배해 놓은 것 같다. 천길 바다물이 출렁이는 바다를 딛고 서 있는 바위산은 틈새가 벌어져 행여 무너질까 괜한 걱정이 든다.
소허사도의 바위들은 서로 다른 것들을 이어붙인 것처럼 색색의 빛깔을 띤 바위들도 있고 용암이 흘러내린 것처럼 골을 이룬 것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은 섬은 꽃이 주인이다. 노란색 원추리꽃이 군락을 이루고, 보라색 엉겅퀴꽃도 지천이다. 붉은 빛, 노란 빛의 땅채송화는 바위틈에 세트처럼 붙어 있고, 찔레꽃 섬진백 등 수많은 식물과 꽃들이 마음껏 자태를 뽐낸다.
허사도에서 저 멀리 보이는 배 한 척이 무인도보다 더 외로워 보인다.
/황종숙기자 jshwang@segye.com

<주변 가볼만한 섬>
신안군 지도읍 송도에서 철부선을 타고 사옥도 병풍도 등 다도해 섬들 사이로 30분쯤 가면 증도가 보인다. 우리나라 최대의 소금 생산지인 태평염전을 지나면 방축리 우전해수욕장이 나온다. 금빛 모래밭에서 점점이 떠 있는 90여개의 무인도들을 보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 갯벌은 게르마늄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매년 여름이면 갯벌축제가 열린다.
영광군에 속해 있는 송이도는 섬 모양이 귀처럼 생기고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송이도 해수욕장에는 맨발로 다녀도 아프지 않을 부드러운 조약돌이 깔려 있다. 바닷물이 빠지는 날에는 송이도에서 각이도까지 바닷물이 갈라지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당숲에는 높이 15∼20m의 팽나무 군락과 왕소사나무 군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는 꿩 흑로 황조롱이 등 2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자은도는 해안선이 3㎞ 정도인 백길해수욕장을 비롯해 사월포 면전 신성 양산 내치 대섬 둔장 등 모래톱을 갖춘 해변이 많다. 뱃길이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곳이지만 은암대교로 암태도와 연결된 뒤로는 많은 피서객이 몰리고 있다. 은암대교 위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일품이다.

<여행정보>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에서 나와 현경과 해제를 지나면 지도의 점암선착장이 나온다. 여기서 임자도까지는 배로 20분 정도. 1시간 간격으로 배가 뜬다. 승용차를 배에 실으면 왕복요금이 1만3700원. 광주와 목포에서도 점암선착장까지 시외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허사도는 임자도 하우리선착장에서 배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현재까지는 여객선이 없어 고기잡이배를 이용해야 한다. 신안군은 8월부터 대허사도와 소허사도를 왕복하는 유람선을 띄울 예정이다. 부일수산 (061-261-3285)
■숙박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근처에 모텔들이 많다. 썬비치모텔(061-275-0097), 털보네모텔(061-262-0010), 대광장(061-275-3466)
■임자도는 전국 최대의 민어 생산지로 요즈음 민어 떼로 바다가 황금빛으로 빛날 정도다. 싱싱한 자연산 민어 회맛이 일품이다. 제일횟집(061-275-3193)


[사진]사람이 살지않은 신안군 임자면에 사람이 살지 않은 섬 소허사도. 기묘한 바위와 하얀 백사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두번째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백사장이 가장 긴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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