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에서 음란 비디오테이프 복제업자로 나온 그는 시종일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인물이었다. 모든 형용사는 ''졸라''로 통일하고 ''꽃 사시오,꽃을 사'' 타령을 부를 땐 ''을 ''으로, ''사시오''는 ''까시오''로 바꿔 부르는 양아치였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그것은 그가 연기한 인물이 내면의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이란''의 진지함과 무게감이 최민식의 열연 때문이었다면 최민식 성공의 절반쯤은 공형진의 공으로 돌려져야 할 것이다. 영화에 얼굴만 내비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주인공을 빛나게 해준 ''진짜 감초''였던 탓이다.모지은 감독의 ''좋은 사람 소개시켜 줘''에선 신은경의 남자친구 정준 역으로 나왔다. 직업은 백수. 성적 매력이 없고 한심해 보이기 위해 체중을 7㎏이나 늘렸다. 속사포 대사에 주책스럽게 망가져도 어쩐지 정이 가는 캐릭터가 딱 적역이었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 역시 그의 빛나는 감성 연기였다. 신은경에게 하는 "얄팍한 살얼음 같은 우리의 우정"이란 신파조 대사는 그의 애드립이었고, 엄청난 양의 토사물을 게워내는 장면은 인스턴트죽 3통과 1.5ℓ 생수 한통을 들이마신 뒤 해낸 ''실연''이었다.
"오랜 무명이니 늦깎이 조연이니 이러시는데 전 항상 공형진이라는 이름이 있었고요, 제가 나온 장면에선 늘 주연이었어요. 존재만으로 빛나는 조연 스타 데니 드 비토, 조 페시, 선이 굵은 숀 펜, 그리고 로버트 드니로도 조연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주연과 조연은 편의적인 가름일 뿐이죠. 전 ''파이란''에서 제 배역인 경수가 주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파이란''에 앞서 출연한 영화 ''선물''에선 이정재의 개그맨 파트너 역할을 맡았다. 그리 돋보이진 않지만 빠지면 안될 양념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게다가 무명 개그맨은 당시 자신의 실제 처지와 닮은 데가 많았던 탓에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은 유독 큰 편이다. 그는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다른 일과 비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연기와 저는 부모와 자식 같은 관계입니다."
총각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곱살짜리 아이를 둔 그의 꿈은 동료들로부터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로 손꼽히는 것이다.
1969년 서울생. 90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2년 때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 91년 SBS 공채1기 탤런트에 합격. 연극으로는 이강백 연출 ''보석과 여인'', 장진 연출 ''택시 드리벌'' 등에 출연했다.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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