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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여수(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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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1998-03-04 00:00:00 수정 : 1998-03-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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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인 가운데 김종필(JP) 총리서리처럼 수사에 능한 사람 은 드물다. 정치적인 사건이나 신변에 변화가 생기면 으레 해박한 고전 지식을 인용해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다. 그렇게 해서 교묘하게 어려운 처지를 곧잘 피해 가기도 하지만 대신 맺고 끊는 직접화법은 찾을 수 가 없다. 때론 해석상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선문답도 즐겨 사용한다.
JP는 자신의 총리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그 심경을 「상선여수」 라고 밝혔다. 직역하면 「흐르는 물과 같이 함이 최고의 선」이라는 뜻 이다. 곧 순리에 따라 일을 하면 무리가 없다는 처신술이다. 또 흐르 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으므로(유수부쟁선) 물처럼 살면 분쟁이 없다는 뜻도 된다.
김총리서리는 아호가 운정이지만 JP라는 영문약칭으로 더 유명하다. 하나 유독 물 「수」자를 즐겨 사용한다. 평소에도 사무 실의 도자기에는 「물과 같이」라는 뜻을 담은 약수라는 글자가 눈에 띈 다.
물은 그릇에 따라서 모양을 바꾸고 수력발전을 일으킬 만큼 큰 힘을 지녀서 좋다는 게 JP의 지론이다. 상선여수와 유사한 고전으로는 논어의 「상수여수」,즉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처럼 도리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구절도 있다.
앞으로 JP의 물은 균형을 잡을지 혹은 넘치거나 모자라지나 않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또 유유히 흐르다가 벼랑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인혁면」,즉 변해야 할 때 변하지 못하고 얼굴표정만 바꿔서는 안된다. 수년전 민자당의 모임에서 「군자표변」을 강조한 것처럼 지도자의 언행은 바뀌어야 할 때 는 과감하게 바꿔서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은 누구의 윤허를 얻어 일을 처리할 때도 제비와 참새가 홍곡의 큰 뜻 을 굳이 헤아리려고 눈치를 살필 때도 아니다. 봄이 와도 봄같지 않은 춘래불사춘이어서 정가는 아직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화려한 수사보다 는 어려운 나라살림을 챙기는 지혜가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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