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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사회」에서「시스템사회」로/지만원(한국병 어떻게할것인가:20)

입력 : 1995-02-24 00:00:00 수정 : 1995-02-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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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체계」 먼저 갖춰라
과학의 시초는 관찰이고 관찰의 수단은 「 측정」이다.측정할 수 없는 것은 개선될 수도 없다.우리 사회가 발전하 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측정문화의 부재 때문이다.측정시스템을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곳은 정부다.이것 없는 세계화란 공염불에 불과하 다.
M이라는 업체가 ABS브레이크를 차량조립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ABS브레이크의 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단지 M이라는 납품업체의 위상에 의해 납품되고 있을 뿐이다.어 느 소형업체가 매우 훌륭한 개념으로 ABS브레이크를 만들었지만 성능을 평가해주는 곳이 한국엔 없다.증명될 수 없기에 그 제품을 사려는 사 람도 없다.여기에 매우 중요한 결론이 나온다.「한 나라의 과학기술은 시험평가능력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이렇게 중요한 시험 평가능력이 한국에는 없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에 연구개발을 강조해오 고 있지만 이는 누워서 침뱉기다.정부에 시험평가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평가해 줄 수 없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할 업체는 없다. 시험평가능력이 없으면 부품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부품산업이 없는 나라 는 부가가치가 낮은 조립산업에 머물 수밖에 없다.바로 이것이 한국 제 조산업의 현주소다
어느 한 소형 방산업체가 유도탄에 쓰이는 간단한 부품을 만들었다.이를 군에 납품하려 했지만 실패했다.4천명이나 되는 과학인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군은 이 간단한 부품하나 평가해주지 못했 다.국방과학연구소가 있지만 이들은 외국제품의 복사품만 만들어 왔다.국 방품질검사소가 있지만 이들은 외국인들이 작성한 메뉴얼이 있을 때에만 품질관리를 할 수 있었다.한국 최고의 과학기구에 독창성이 없는 것이다 .
결국 그 유도탄 부품은 미국업체에 수출됐다.그후 한국군이 미국에 서 유도탄 부품을 사왔다.사고보니 한국업체가 수출한 것이었다.그러나 수입가는 수출가의 20배였다.간단한 시험평가기구를 가진 미국은 제조공 장하나 차리지 않고도 앉아서 20배의 돈을 번 것이다.「제조공장의 부 가가치」는 5원인데 비해 「시험평가의 부가가치」는 95원이나 되었다. 제조공장은 기능공에 의해 운영된다.그러나 시험평가기구는 발상이 뛰어난 최고급 두뇌들에 의해서만 운영될 수 있다.한국에는 「기능공」에 의한 부가가치는 있어도 「두뇌」에 의한 부가가치는 없는 것이다.한국만이 아시아 용의 자리에서 탈락하고 있다.다른 용들의 경제엔진은 「두뇌집단 」이지만 한국의 경제엔진은 「기능공집단」이기 때문이다.
측정에 필요 한 도구는 과학자들이 만들어내지만 측정에 필요한 수학적 로직과 수치해 석은 통계학자들이 만든다.전투기가 목표물을 공격할 때에도 측정수단이 필요하다.목표가 정확히 파괴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다.이를 위해 옛날에 는 전투기에 사진기를 장착했다.폭파되는 순간을 잡기 위해서다.그러나 사진기는 잘해야 폭파로 인해 야기된 먼지를 촬영할 수 있었다.지금은 레이저 측정장치가 활용된다.레이저는 먼지를 뚫고 물체의 영상을 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확한 장치를 사용해도 모든 측 정치는 통계적 분포를 갖는다.이 세상에 「정확한 측정치」는 그 어디에 도 없다.단지 근사치가 있을뿐이다.근사치만으로는 정보의 가치가 없다. 통계학자에 의한 「통계적 해석」(statistical inferenc e)이 수반돼야 한다.진정한 수치는 근사치를 중심으로 해서 상하 얼마 만큼의 범위 속에 들어 있을 뿐이다.통계학자는 그것을 95%다 또는 99%다 하는 확률로 표현해 준다.외국에서 수입되는 농수축산물,식품, 약품들에 대한 유해성분 측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정부기구에는 이 와 같은 개념이 전혀 없다.이러한 기구들은 전문가들로 채워져 있지도 않다.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들의 관심이 측정기술 개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권에 있어왔다는 사실이다.
측정시스템의 부재현상 은 제조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수도물이나 대기오염수치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한강에 다리를 건설하지만 그 신뢰성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선진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은 외국으로 수출된다.그러나 한국이 만든 의약품은 수출되기 어렵다.선진국에는 양심과 능력면에서 신 뢰를 받는 시험평가기구가 있지만 한국에는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측정시 스템에 대한 혁명적인 조치가 없다면 정부는 세계화를 선도하기는커녕 국 민의 생명조차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사회발전시스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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