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도보수’ 선언에 유일 ‘진보정당’ 후보
‘0%대’ 지지율에도 “대선완주, 내란청산” 공언
“(세 후보) 모두 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저는 불평등 타파를 말하겠습니다. 이 나라에 부는 넘치도록 쌓였지만 돈은 위로 쌓이고 고통은 아래로 갑니다.”
18일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나온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한 말이다. 권 후보는 이날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노동과 불평등 문제 해결 등 진보 의제를 강조했다.
김문수에 “무슨 자격으로 왔냐”… 이재명엔 “광장과 멀어지지 말라” 경고

토론의 첫 질문 기회를 가진 권 후보는 시작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직격했다. 그는 김 후보를 향해 “윤석열씨가 내란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냐”,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내란을 기도한 책임을 인정하냐”, “계엄이 이 나라 경제에 비수를 꽂은 사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관광·소비·투자 모든 흐름을 끊은 사실을 인정하냐”고 따져 물었다.
김 후보가 “경제가 어려운 점은 사실”이라고 답하자 권 후보는 다시 “김 후보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부장관이었고 그런 분이 윤 전 대통령을 감싸며 대선에 나왔다”며 “탈당하라는 말도 못하고 ‘뜻대로 하시라’고 조아려 그 대가로 지지선언을 받으니 기쁘냐. 윤석열 때문에 치러진 선거인데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나오셨냐”고 쏘아붙였다.
권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도 “광장과 멀어지면 안 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권 후보는 이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냐’고 물으며 “이번 광장에서 2030 청년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것이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또는 집권 이후 이를 발의한 적이 있다고 짚었다.
이 후보가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현재는 현안이 복잡한 것이 많이 얽혀 있다”고 즉답을 피하자 “이것이 과연 사회적 합의 문제인가. 결단의 문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이 후보님 광장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일 ‘진보’ 표방… “증세 통한 불평등 해소” 공약

정의당 대표였던 권 후보는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을 비롯한 노동·사회운동단체가 참여하는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에서 이번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정의당은 이런 선출과정을 반영하기 위해 당명을 민주노동당으로 바꿨다.
권 후보는 대선 후보 중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임을 강조하며 진보 의제를 앞세우고 있다. 국민의힘(김문수) 또는 국민의힘 출신이 후보인 개혁신당(이준석)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재명) 역시 ‘중도보수’를 표방한 탓에 ‘진보’ 영역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원내 정당인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은 일찌감치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며 공동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권 후보의 1호 공약은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다. 상속·증여세를 인상하고 최고세율은 90%로 상향해 부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취지다. 순자산 기준 부유세를 신설하고 금융투자소득세, 가상자산세도 실행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서울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을 찾았고, 진보정당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옛 구로공단인 구로 디지털 단지에서 첫 유세를 벌였다. 선거운동에서도 노동약자를 찾아가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권 후보는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여성 공약을 별도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여성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나라, 성별 고정관념으로부터 모두가 자유로운 나라,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꿈꾸는 페미니스트”(14일)라며 부총리급 성평등부 설치, 포괄적 차별금지법, 비동의 강간죄, 낙태죄 대체 입법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지율 답보지만… “내란 세력 청산에 힘 될 것” 완주 의지
후보들이 나란히 선 TV 토론에선 존재감을 보였지만, 현재 유권자의 권 후보 지지율은 당선과는 거리가 먼 ‘0%대’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3∼1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권 후보 지지율은 0.6%였다. 16∼17일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16∼17일 진행한 조사에선 0.4%,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17일 하루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1% 등을 기록했다.
권 후보가 여론조사 선택지에 따로 구분되지 않고 ‘기타 후보’ 또는 ‘그외 인물’로 분류되는 경우도 많다.
이대로라면 권 후보는 진보정당이 낸 대선후보 중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
진보정당 전신인 건설국민승리21은 권영길 후보를 내세워 처음으로 대선에 나서 1.1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후 민주노동당 이름으로 대선에 나서 2002년, 2007년엔 각각 3.89%, 3.01%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6.17%를 기록한 것이 역대 최대였고, 2022년엔 다시 2.37%로 쪼그라들었다.

권 후보는 그럼에도 “오히려 내가 있는 것이 내란 세력 청산에 훨씬 더 힘이 될 것”이라며 대선 완주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19일 CBS라디오에 나와 “이번에는 압도적 심판 선거다. 국힘 또는 내란 세력에 대한 청산은 국힘 후보를 압도적으로 패배시키는 것이고, 실제로 내가 김문수 후보를 가장 제대로 공격할 적임자”라며 “김문수 후보를 가장 정확하게 비판하고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은 18일 경제분야 TV토론에 이어 23일 사회분야, 27일엔 정치분야 TV토론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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