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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죽이고 싶었다” 수년간 계속된 여혐의 비극, 그는 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21-08-09 14:49:53 수정 : 2021-08-09 16: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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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지하철에서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죄 등으로 체포된 A씨. ANN방송화면 캡처

 

올림픽 열기로 한창이던 일본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발생해 뜨거웠던 올림픽 열기만큼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여성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행위를 넘어 ‘살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년간 해왔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아수라장이 된 퇴근길 지하철

 

9일 도쿄신문 등 복수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6일 오후 8시쯤 도쿄도 세타가야구를 운행 중이던 오다큐선(전철) 안에서 발생했다.

 

당시 열차 안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하던 여러 승객이 있었다.

 

평소처럼 조용하고 평온했던 분위기는 A씨(36세, 남성)가 열차에 오르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열차에 오른 그는 망설임 없이 의자에 앉아 있던 20대 여성 B씨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곤 미리 준비한 흉기를 수차례에 걸쳐 휘둘렀다.

 

불행하게도 이 모습을 지켜보게 된 승객들은 패닉에 빠졌다. 승객들은 자리에서 도망치기 위해 앞 다퉈 달리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좁은 통로로 많은 사람이 몰려 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다행이라면 A씨의 흉기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아수라장이된 전철역. 경찰과 소방관 구급대원 등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여자를 죽이고 싶었다” 

 

A씨의 범행은 충동적이면서도 일부 계획된 범죄였다.

 

A씨는 처음 열차 흉기 난동이 아닌 식료품 가게 여성 점원을 살해할 계획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이날 오전 A씨는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 점원이 A씨를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앙심을 품은 A씨는 이날 오후 흉기를 들고 상점을 찾아갔지만 영업시간이 끝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그의 범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씨는 발길을 인근 역으로 돌렸고 범행 현장인 전철에 올랐다.

 

A씨는 범행 후 열차 문을 강제로 열고 도주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경찰에 체포됐다.

 

열차 난동 사건만으로도 큰 이슈가 될법한 이번 사건은 경찰서로 끌려온 A씨가 범행만큼 충격적인 진술을 하면서 2차 충격이 더해졌다.

 

그는 피해자인 B씨를 노린 이유 등 범행 동기에 대해 “여자를 죽이고 싶었다. 누구라도 좋았다. 많은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수년간 계속된 여험의 비극, 그는 왜?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해 보면 A씨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A씨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성이었지만 여성에 대한 삐딱한 인식이 그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A씨의 지인은 그가 “여중고생이 좋다”, “헌팅으로 여자를 쉽게 꼬실 수 있다” 등 여성 편력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가 내뱉은 말과 달리 여성에게 외면받았다.

 

대학에 입학한 A씨는 미팅 자리에서 여성으로부터 데이트 등의 교제를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고 이에 여성에 대한 분노가 싹튼 계기가 됐는데 당시 동아리 부원들은 이를 조롱해 A씨의 분노를 키웠다.

 

A씨는 “6년 전부터 행복한 여성을 보면 죽이고 싶은 마음이 싹텄다. 행복한 커플(남성 포함)을 보면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A씨는 열차 안에 화재를 일으킬 목적으로 ‘식용류’(셀러드유·サラダ油)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생각과 달리 불은 붙지 않았지만 경찰은 A씨가 대량 살인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극단적 선택

 

A씨가 사용한 범행 도구는 앞서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여성들의 거절에서 비롯된 자괴감,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직업 없이 서른 살이 된 초라한 모습, 걷잡을 수 없는 혐오에 대한 죄책감, 정신적인 병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거 같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대학 동아리 시절인 약 15년 전쯤부터 여성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혀 지낸 그가 사회나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언젠가 저지를 수밖에 없던 범죄’라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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