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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서민에게 “아파트 환상 버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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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3 00:10:53 수정 : 2020-11-23 13: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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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자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인 진선미 의원이 20일 “우리가 임대주택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더 했다”면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방도 3개가 있고 해서 내가 지금 사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 등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을 둘러본 뒤 한 말이다. 진 의원이 방문한 매입임대주택은 정부가 최근 전월세 대책으로 발표한 전세 공급물량 확대 방안의 핵심이다.

아무리 질이 좋다고 해도 임대주택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국민이 대다수인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육 여건이 좋고 편의시설이 많은 곳에서 살고 싶은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욕구로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진 의원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국민의 소망을 ‘환상’과 ‘편견’으로 치부했다. 자신은 지난해 신축한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에 전세를 살면서 할 소리는 아니다. 국회와 여당의 주거정책을 책임져야 할 인사가 되레 전세난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인터넷 공간에선 “진 의원이 들어가서 살아라” 같은 조롱 섞인 글이 쏟아진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정책을 무리하게 옹호하려다 보니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인사들의 부동산 관련 황당 발언은 차고 넘친다. 정부가 2018년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벌일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은 20억원 넘는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될 이유는 없다”고 밝혀 서민들의 ‘분노 지수’를 한껏 끌어올렸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전셋값 상승의 원흉은 임대차 3법이 아니라며 “국민소득이 1인당 3만달러를 넘어가는 우리 경제가 한 번은 겪어야 될 성장통”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정부·여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임대차법 탓에 전월세 시장은 엉망진창이다. 국민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 카드도 기대 난망이다. 그런데도 여권 인사들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진실을 가리고 잘못을 감추려 한다. 국민의 상식과 달라도 너무 달라 쓴웃음만 나온다. 현실과 괴리된 여권 인사들의 경솔한 발언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인한 국민의 좌절감을 더 깊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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