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5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전 대통령)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민족반역자” 등의 주장으로 논란이 된 김원웅 광복회장이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향해 ‘토착왜구’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일부 인사들을 출당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국회를 찾아 구설수에 올랐다.
김 광복회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비호 세력과 결별하지 않는 통합당은 토착왜구와 한 몸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심화될 것”이라며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친일비호 정치인을 출당시키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자신의 광복절 기념사를 비판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통합당 김기현·하태경·장제원·허은아 의원 등을 거명하면서 “친일청산을 반대하고 민족반역자를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자들은 패역의 무리”라고 열변을 토했다.
반면,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조부인 김병로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변론한 분이자 광복회원들이 존경하는 분”이라며 “김 위원장이 친일비호 정치인을 출당시켜 친일파 없는 정당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광복절 기념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친일청산 주장을 정치적 편향이라고 왜곡하는 것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정치적 편향이라고 우기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화당과 민정당 출신인 자신의 과거 이력에 대한 지적에 김 광복회장은 “지난 30년 간 일관되게 공화당 사무직원으로 일한 것이 부끄럽고 반성한다고 고백해왔다”며 “친일 반민족 족벌언론들은 내 고백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표현이 다소 과격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고 알려진 33인 중에서도 그 독립선언서가 과격하다는 말을 했지만, 역사는 정론직필을 썼다고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이날은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회 사무처에 코로나19 관련 대응 지침을 내린 날이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통해 25일부터 소통관 기자회견의 경우 국회의원 등 사용신청권자 외엔 외부인 배석이 제한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박 의장의 지시를 발표했다. 심지어 김 광복회장은 서울시가 실내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행정명령을 무시하고 이날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등장했다.

김 광복회장을 섭외한 국회의원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이날 김 광복회장이 회견장을 빠져나갈 때 동행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앞서 김 광복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안익태 작곡가 관련 발언 외에도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며 파묘(무덤을 파내는 것)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김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놓고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김 광복회장은 과거 이력으로도 주목받았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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