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자기 팬티 빨기’라는 숙제를 내고, 성적 표현이 들어간 SNS 댓글을 남겨 충격을 안긴 가운데, 해당 교사를 파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7일 한 청원인은 “울산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팬티 빨기 숙제 내고 학생 사진에 ‘섹시 팬티’, ‘공주님 수줍게 클리어’, ‘매력적이고 섹시한 00’이라고 성희롱한 남교사를 파면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에 올렸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팬티 빠는 사진을 효행 숙제랍시고 내고, 성적인 댓글을 수없이 다는 교사 ㄱ씨는 명백한 ○○○○○. 이는 2~3시간 남짓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의 인권 감수성이 타인보다 훨씬 민감해야 하며, 성인지 감수성 또한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학교가 폭력과 성적 희롱으로부터 안전한 울타리가 돼 아이들이 상처 없이 건강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초등학생들은 교사를 ‘모델링’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교사가 하는 말이나 몸짓을 그대로 내면화하며 학습하고 성장한다”면서 “교사 ㄱ이 계속 교단에 남아있게 된다면 아이들이 상대를 성적으로 평가하고 대상화하며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병아리 같은 아이들에게 ‘섹시’라는 변태적 단어로 희롱하는 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학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만약 이번 사태도 교육 당국이 미온적으로 흘려보내게 된다면 단언컨대 교사 ㄱ씨는 더 큰 성범죄자가 돼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시초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교사 ㄱ씨가 해당 반의 학부모에게 보냈다는 해명 문자도 지적했다.
청원인은 “자신의 변태적 행동에 대한 뼈아픈 뉘우침은커녕 당장 게시글을 삭제하라는 ‘반 협박적’ 내용과 변명들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런 자가 반성을 할까. 2시간 성인지 감수성 연수를 받으면 갑자기 아동 인권 의식이 치솟아 오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속옷을 왜 과제로 냈었는지 정부와 교육 당국, 그리고 인권위원회에서는 이 점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전문가의 입장에서 날카로이 관찰해야 한다”면서 “제 눈에는 교사 ㄱ씨는 여자아이들 팬티 사진 보며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태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탁기가 다 빨아주는 시대에, 굳이 그런 아이템을 꼽아서 과제를 내고 ‘팬티 사진’을 찍어서 올리게 하는 교사를 저는 40년 살며 처음 본다”면서 “교사 ㄱ이 ○○○○○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며, 이후 그가 보인 성적 대상화 발언들을 통해 위 가설이 진실임에 힘을 실어 준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청원인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문재인 대통령님, 이 땅의 모든 아이가 폭력에 대한 불안함 없이 안전하고 깨끗한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발 울산교육청 소속 교사 ㄱ씨가 아이들을 대하는 직업을 할 수 없도록 파면해주시기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이 글은 28일 오후 3시30분 4만 동의를 돌파했다.
지난 27일 오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 정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울산의 한 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ㄱ 교사(남)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교사 ㄱ 교사는 등교가 미뤄지자 지난달 학부모들과의 SNS 단체대화방을 열고 학생들의 사진과 간단한 자기소개 글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ㄱ씨는 학생들의 사진과 글에 ‘저는 눈웃음이 매력적인 공주님들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우리 반에 미인이 너무 많아요… 남자 친구들 좋겠다’, ‘미녀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남들까지… 전 저보다 잘생긴 남자는 쪼매(좀) 싫어해요’, ‘매력적이고 섹시한…’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A씨는 ㄱ씨의 댓글 표현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신고했으며, 울산 강북교육지원청은 “(ㄱ씨가) 앞으로는 외모나 신체적인 표현을 삼가고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답변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ㄱ씨는 최근에도 SNS를 통해 주말 효행 숙제로 ‘자기 팬티 빨기(세탁)’를 하고 인증 사진을 찍어 함께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과제를 낸 이유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학생이 조금 어려운 성공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학부모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속옷을 세탁하는 자녀들의 사진을 SNS상에 올렸고, ㄱ씨는 여기에도 ‘공주님 수줍게 클리어’, ‘이쁜 속옷, 부끄부끄’, ‘분홍색 속옷. 이뻐여(예뻐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A씨는 “교육청에 신고해 반성한다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ㄱ씨는 댓글을 전혀 지우지 않았다”면서 “(속옷 세탁 숙제) 또 이러길래 글을 올렸다”고 온라인상에 폭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교육청은 A씨 폭로로 논란이 일자, 그제야 “성희롱 의심 정황을 112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ㄱ씨의 담임교사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모든 업무에서 배제키로 했다. 향후 교육청 특별조사와 경찰청 수사 의뢰를 병행해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결정지을 방침이다.
특히 해당 학교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감수성 특별 교육’을 진행하고,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교육 관련 교육 방식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ㄱ씨의 입장문도 논란이 됐다. 그는 작년에도 다른 학생들에게 똑같은 숙제를 내고 ‘섹시 팬티, 자기가 빨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 유튜브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ㄱ씨는 논란에 대해 “소통이란 무엇일까. 제가 생각하는 소통은 해당하는 사람끼리 충분히 이야기를 통해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직 우리가 만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소통이 아니다”라며 “저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유튜브에 와서 욕하고 가는 것 자체가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되레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글을 올리신 분이 우리 반 학부모라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나 의견을 줬으면 수정하거나 변경했을 것”이라며 “부모님과 소통이 덜 된 상태에서 이런 과제를 내준 게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평소 아이들 사진에 댓글을 잘 달지 않지만, 온라인 개학이고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란 생각에 댓글을 달았다”면서 “제 표현상에 ‘섹시 팬티’라는 말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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