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남자 담임교사가 숙제로 “자신의 팬티를 빨고 있는 사진을 제출하라”고 한 사실이 알려져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27일 울산시교육청은 40대 A교사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이날 울산교육청은 “담임교사가 이달 마지막 주말 과제로 속옷 세탁을 내주고, 다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듯하다”며 “해당 교사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감사를 한 뒤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이날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 정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자신을 울산 한 초등학교 신입생의 학부모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이상한 점이 많은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SNS 캡처 사진 여러 장을 게시했다.
해당 글을 보면 A교사는 지난 주말 온라인 개학 이후 첫 효행과제로 학생들에게 “자신의 팬티를 직접 빠는 모습을 찍어 학급밴드에 올릴 것”을 제시했다. 과제명분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학생들이 조금 어려운 성공경험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다소 ‘이상한 숙제’에도 학부모들은 손으로 속옷을 세탁하는 자녀 사진을 올렸다.
학급밴드에 올라온 학생들의 사진을 보고 A교사는 “매력적이고 섹시한 친구”,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이뻐요”, “이쁜잠옷, 이쁜속옷(?)부끄부끄” 등의 댓글을 남겼다.
A교사는 지난해 지도했던 학생들에게도 이와 같은 숙제를 내주고 사진을 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섹시팬티, 자기가 빨기, 행복한 효행레크축제”라는제목으로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됐다.
이날 뉴스1 보도에 따르면 A교사는 “학급 밴드에 비공개로 올린 사진이다. 학부모님들 중 과제의 의중을 이해 못하시고 올리신 글 같다. 숙제를 낸 후 학보모님들 사이에서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개학이 길어지니까 재미있게 내려고 생각하다 낸 숙제다. 숙제를 냈을 때 학부모님들 사이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A교사는 3월 온라인 개학식 때도 물의를 빚은걸로 알려졌다.
당시 A교사는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의 신체 사진을 학급밴드에 올릴 것을 요구했다. A교사는 학생들의 사진을 보고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자신의 상체 나체 사진을 학급 책꽂이에 비치해 학부모들에게 온라인으로 보여줬다.
해당 댓글은 “저는 눈웃음 매력적인 공주님들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미녀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남들까지…저는 저보다 잘생긴 남자는 쪼매(좀) 싫어한다고 전해주세요”, “우리 반에 미인이 넘(너무) 많아요…남자 친구들 좋겠다”, “매력적이고 섹시한 ○○” 등이었다.
글쓴이는 A교사의 댓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
신고를 넘겨받은 울산강북교육지원청은 “A교사가 입학식도 하지 못한 신입생들을 위해 나름대로 뜻깊은 준비를 하면서, 사진을 보고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칭찬의 의미로 여러 가지 외모에 대한 표현의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면서 “자칫 외모 지성적이고 성적 표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댓글을 달았는데, 앞으로는 외모나 신체적인 표현을 삼가고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답변했다”는 조치 결과를 내놨다.
한편 A씨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날 입장문도 내놓았다.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통이란 무엇일까”라며 “제가 생각하는 소통은 해당하는 사람끼리 충분히 이야기를 통해 풀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우리반 학부모 한 분이 민원을 제기해 교육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제가 단 댓글이 외모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사람 같다고 했는데, 저를 잘 모르니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하지만 (학부모가) 저에게 직접 연락주셨으면 오해를 풀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우리가 만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소통이 아니다”며 “저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유튜브에 와서 욕하고 가는 것 자체가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 글을 올리신 분이 우리반 학부모라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나 밴드에 의견을 줬으면 수정하거나 변경했을 것”이라며 “부모님과 소통이 덜 된 상태에서 이런 과제를 내준게 실수”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대한 빨리 게시물 삭제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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