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 대표로 공천 후보 아쉬운 낙선

총 300석을 뽑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는 253석, 비례대표는 47석이다.
이번 총선에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총 비례 47석 중 30석을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수를 따져 각 정당에 배분한다. 나머지 비례 17석은 기존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며 ‘병립형’이라 부른다.
새로운 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비례대표 선출은 어느 때보다도 진통을 겪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대응했다. 군소 정당과 소수 정당에 대한 사표를 방지하고, 투표로 인한 민의 반영 통로를 넓히며, 다양한 정당에 원내 진입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훼손됐다.
비례대표 의석은 지역구에서 5석을 확보하거나 득표율이 3%를 넘은 정당에 배분된다. 47석 중 30석에 연동제가 적용됨에 따라, 소수 정당들은 예전에 비해 비례대표만으로 비교적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는 셈법을 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원외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비례대표만으로 선거를 치렀다. 청년당, 여성의당, 녹색당, 민중당 등도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의원 배출을 노렸다. 양대 정당의 위성정당인 시민당과 미한당을 제외한 원내정당 중에는 정의당, 우리공화당(현역의원 조원진, 서청원), 한국경제당(〃 이은재)이 상위 순번에 당명을 올렸다. 정치계에서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니는 허경영이 창당한 국가혁명배당금당도 눈길을 끌었다.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며 투표용지 길이는 48.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기계식 개표가 불가능해 일일히 수개표를 하느라 비례대표 개표는 이튿날 오전 8시가 넘어서야 완료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오후가 되어서야 전체회의를 마치고 연동형·병립형을 모두 적용한 비례대표 의석 배분 확정안을 발표할 수 있었다.
3% 이상 득표를 한 정당은 미래한국당(33.84%), 더불어시민당(33.35%), 정의당(9.67%), 국민의당(6.79%), 열린민주당(5.42%) 등 5개였다.
미래한국당은 19석(연동형 12석/병립형 7석), 더불어시민당 17석(연동형 11석/병립형 6석), 정의당 5석(연동형 3석/병립형 2석), 국민의당 3석(연동형 2석/병립형 1석), 열린민주당 3석(연동형 2석/병립형 1석)을 배분받았다.

각 당마다 자기 앞에서 당선권이 끊어진 비례대표 후보들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0번 노용호(49) 후보는 자유한국당 기획조정국과 국회정책연구위원을 지냈고, 미래한국당 당무총괄국장으로 있다.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8번은 이경수(64) 후보다. 30년 넘게 핵융합을 연구해온 핵전문가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차장, 국가핵융합연구소장, ITER 이사회 부의장 등을 지냈다. 과학 분야 인재로 관심을 끌었다.
정의당 비례대표 6번은 박창진(49) 후보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조현아 당시 부사장이 객실서비스를 문제삼아 폭언과 폭행을 하고 이륙 준비 중인 항공기를 회항시킨 사건에 연루된 후 사회 운동 및 노동 운동에 매진했다. 그의 공약은 직장 갑질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 보완 등이 중심이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4번은 청년 대표로 선정된 김근태(29) 후보다. 연세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이공계로 졸업하고, 공정추진위원회 대표를 지냈다.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가요계가 음원 사재기 및 차트 조작을 해왔다며 가수와 그룹의 실명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4번은 김의겸(57)이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북 군산 출마를 준비했으나 공천에서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어 사퇴 후 열린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이들에게 영영 21대 국회 입성 비례대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 특정한 직에 임명되는 등 이유로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의원직을 승계한다.
지난 1월 30일 김성수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내정되며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허윤정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이 승계해 4개월 임기 20대 의원직을 수행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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