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어린이집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발언은 “일반인도 생각하기 힘든 상식 이하의 지식”이라는 지적이 소아과 전문의로부터 나왔다. 5세 가해 아동의 행동은 발달이론상으로 봤을 때도 비정상 성 발달이며 응급 치료가 필요한 상태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경기 성남시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과 관련해 지난 2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른들이 보는 관점에서 보면 안 되고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는데, 과도하게 표출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가 ‘2차 가해’라는 비판 여론을 맞닥뜨렸다.
◆“가해 아동, 발달이론상으로도 비정상 성 발달”
신의진 연세대 교수(소아정신과)는 4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확실히 우리가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정상 성 발달과 비정상 성 발달은 다르다”며 “이 정도로 다른 아이를 성추행 내지는 성폭행할 수 있을 정도의 아이면 일단 성적으로 비정상 발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달이론상) 3∼5세 유아기 때와 사춘기 때 아이들이 굉장히 성적인 호기심과 열망도 강하다”며 “아마 이런 정상발달의 이론을 가지고 복지부 장관님도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을 비정상 성 발달에 그렇게 대입할 수는 절대로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신 교수는 “그분(박능후 장관)의 위치가 보건복지부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그 아이가 혹시 어떤 비정상 발달 내지는 어떤 병이 있기 때문에 그럴까’라고 누구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사람이 바로 보건복지부를 이끄는 수장”이라며 “그런데 그분이 갑자기 일반인도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상식 이하의 지식을 여러 명 앞에서 이야기해서 너무 놀랐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보건복지부 장관님이 이 문제를 해결하실 때 빨리 먼저 의논하실 분이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며 “박 장관이 ‘(여성가족부 산하) ‘해바라기 아동 센터’에서 이 일을 잘 맡아서 전문가가 직접 진두지휘 해주면 좋겠다’고 하셔야 한다. (부처간 비협조 등) 행정의 비효율성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직격탄을 맞는 거다. 아이들 성 관련 문제는 현재 ‘해바라기 아동 센터’가 제일 잘하기 때문에 그쪽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 시절 친밀감 충분히 못 느껴 성폭행 저지를 수도”
신 교수는 가해 아동의 상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아이들의 성폭력은 성인과 유사하게, 심각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다만 성인과 다른 점은 5세 가해 아동도 우리가 굉장히 보호해야 할 아이”라며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이 아이를 빨리 검사해 치료해야 하지 않는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 빨리 연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응급으로 이 아이가 왜 그런지 평가와 치료가 지금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아동 성폭행) 원인은 아주 많다. 다른 폭력은 미워서 때리기만 하지만, 성폭력은 대부분 누구랑 친하고 싶을 때 성적인 흥분이 올라오면서 폭력을 저지른다”며 “최근 아주 어린 시절에 가족이나 부모하고 친밀하게 지내야 할 시기들을 많이 박탈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간의 친밀감을 어린 시절부터 충분히 아이가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성적으로 풀려는 욕구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현 세태상 앞으로 아동간 성추행 문제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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