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생애에는 예쁜 꽃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남자친구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온라인 상에 소개돼 많은 누리꾼의 심금을 울렸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자친구가 결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이는 ‘24세 여자’ A씨로 “배움이 짧아 글이 매끄럽지 않다.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A씨는 “아버지는 건설 현장 사고로 돌아가셨고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A씨 어머니는 재혼 후 A씨에게 다세대 빌라를 하나 얻어주며 ‘웬만하면 왕래하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A씨는 고등학교 중퇴 후 닥치는 대로 일했으며, 18세 때 대학가 고깃집에서 일하다 식당 손님으로 왔던 4살 많은 대학생 B씨와 마음을 키우게 됐다.
가게 사장이 만류했지만, A씨는 사흘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B씨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A씨는 남자친구 B씨를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라 옆에 있으면 나까지 밝아지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는 남자친구가 공부를 가르쳐준 덕분에 고교 검정고시도 통과했다며 “너무 너무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라고 B씨에 대해 언급했다.
남자친구 B씨는 A씨를 싫어했지만, 5년간이나 A씨 곁에서 보듬어주고 사랑해줬다.
이후 B씨는 취업에 성공해 돈을 벌기 시작했고,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B씨가 어느 날 찾아와 “이제 나를 놓아줘. 회사 여자 상사랑 실수로 잤다.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실수가 아니더라”고 말했다.
B씨는 이어 “너(A씨) 때문에 부모님과 싸우고 감정소모 하는 것, 너를 걱정하고 전전긍긍하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싶다”라며 “너를 사랑했지만 결혼은 너무 멀고 힘들다. 여자 상사를 사랑하는진 모르겠지만 결혼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 말에 A씨는 B씨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이 너덜너덜하다 못해 다 찢겨져 나가서 감정을 느낄 수가 없어진 지도 모르겠다. 그냥 죽은 사람처럼 산다. 웃지도 울지도 않고”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제 (내 곁엔)아무도 없다. 술 한 잔 같이 할 친구도 없고 의지할 가족도 없다”라며 “넓은 지구에 혼자 덩그라니 남겨진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남자친구도 참 숨막혔을 거다. 자기는 친구나 가족도 많은데 저는 자기만 보고 사니까”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A씨는 “다음 생에는 예쁜 꽃이었으면 좋겠다”라며 “예쁘게 피어서 많은 사람들, 벌, 나비가 찾아오고 한 계절 열심히 피어있다 지더라도 나로 인해 누군가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글을 마쳤다.
해당 글이 올라온 후 누리꾼들은 600개 이상의 댓글을 달며 A씨를 위로했다. 하지만 A씨를 떠난 남자친구 B씨를 비난하는 댓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뉴스팀 news@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